장인화 포스코그룹 신임 회장, ‘정통 철강맨’의 귀환 [CEO 라운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2.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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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5위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에 ‘정통 철강맨’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69)이 낙점됐다. ‘순혈주의’를 깨고 30년 만에 외부 출신 회장이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우여곡절 끝에 포스코 수장이 낙점된 만큼 핵심 사업인 철강업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낼지 재계 관심이 뜨겁다.

1955년생/ 경기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 학·석사/ 미국 MIT 해양공학 박사/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입사/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 포스코 철강생산본부장(부사장)/ 포스코 사장/ 2024년 3월 포스코그룹 회장
차기 회장 장인화 낙점

포스코 철강·신사업 두루 경험

포스코홀딩스 후추위는 지난 2월 8일 최종 면접을 거쳐 6명의 파이널리스트(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중 장인화 전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포스코홀딩스는 곧장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장 전 사장을 차기 CEO 후보로 정했다. 그는 오는 3월 21일 주주총회를 거쳐 포스코홀딩스 회장에 공식 취임한다.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후추위는 “장 후보가 저탄소 시대에 대응하는 철강 사업 부문의 글로벌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부문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충분히 수행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인화 신임 회장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사, 석사를 취득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1988년 포스텍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연구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철강생산본부장(부사장) 등 요직을 거쳐 2018년부터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왔다. 당시 권오준 회장 시절 오인환 사장과 함께 포스코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살림을 챙겼다.

그는 RIST 연구원 출신답게 연구개발(R&D)은 물론 포스코 신사업과 마케팅,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사업 전반을 두루 경험하면서 미래 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 사장에 오른 이후 인공지능(AI) 신기술을 이용한 제철소 스마트팩토리 체계를 구축해 그룹 핵심 사업인 철강업 경쟁력을 높였다. 신사업 분야에서도 배터리 양극재, 음극재 사업을 재편해 그룹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2018년 제9대 회장 선임 당시 최정우 현 회장과 최종 2인으로 경쟁한 바 있다.

장 신임 회장은 2021년 3월 포스코 자문역으로 물러났지만 조직에서 두루 신망받는 인물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사내에서는 직급과 관계없이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백팩을 멘 채 현장을 돌아다니는 소탈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장인화 신임 회장은 포스코 내부에서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는 ‘덕장’으로 알려졌다. 철강 산업 이해도가 높아 권오준 전 회장이 가장 신임하던 인물이었던 만큼 향후 고부가가치 철강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귀띔했다.

한때 파이널리스트 6명 중 절반인 3명(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이 외부 인사라 재계 안팎에서는 외부 출신 회장이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결국 ‘정통 철강맨’인 장인화 전 사장이 차기 회장에 오르면서 ‘포스코 회장=철강맨’이라는 공식을 되살렸다. 2000년 포스코가 민영화된 이후 역대 회장 면면을 보면 최정우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공대 출신 철강맨이었다. 또한 역대 8명의 내부 출신 회장 중 ‘올드보이(OB)’가 복귀한 사례가 5대 유상부 전 회장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경우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제도 만만찮아

배터리 소재 주춤, 철강 실적 회복 시급

우여곡절 끝에 포스코그룹 수장에 올랐지만 과제도 적잖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롯데그룹을 제치고 재계 5위에 올라서는 등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은 여전히 불안하다. 당장 철강업 불황을 타개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 영업이익이 3조5310억원에 그쳐 2022년(4조8501억원) 대비 27.2% 감소했다. 매출도 같은 기간 84조7402억원에서 77조1272억원으로 줄었다. 이 여파로 한때 60만원대로 치솟던 포스코홀딩스 주가도 40만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포스코그룹 핵심 사업인 철강 부문 부진이 뼈아팠다. 포스코그룹 철강 부문 이익은 2021년 8조4400억원에서 지난해 2조5570억원으로 2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도맡는 철강 사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발 철강 제품 공급 과잉까지 겹친 탓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전략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당장 철강 부문 실적이 부진해 다급한 상황이다. 경쟁사인 일본제철이 미국 US스틸을 전격 인수하는 등 철강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데, 포스코는 조강 생산량이 수년째 제자리라 글로벌 철강사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거침없어 보였던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한동안 포스코퓨처엠 중심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이 날개를 달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배터리 사업이 극심한 침체 국면을 맞았다. 포스코퓨처엠은 2030년 매출 43조원, 영업이익 3조4000억원 달성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앞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포스코퓨처엠 영업이익은 360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오히려 78.4% 감소했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를 비롯한 의사결정 구조를 재정비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회장 선출 때마다 정권 외압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정우 회장을 제외하고는 역대 임기를 채운 회장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이번 신임 회장 선출을 주도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가 호화 출장 논란으로 뭇매를 맞는 만큼 장인화 회장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포스코 경영진이 후추위 멤버인 일부 사외이사와 캐나다, 중국에서 호화 이사회를 열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 수사를 받는 등 회장 인선 과정 내내 잡음이 잇따랐다.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범대위는 처음부터 후추위 위원들이 공정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피의자 신분인 만큼 그들이 행한 모든 결정은 원천 무효라고 일관되게 주장했으며 장인화 후보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포스코홀딩스 호화 이사회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공정성 시비가 지속되면 장인화 신임 회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사회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도 외풍, 도덕적 해이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셀프 연임’을 돕는 ‘그들만의 리그’부터 바꿔야 한다. 사외이사 대부분이 교수, 관료, 법조인 출신인데 글로벌 기업처럼 전문성을 갖춘 기업인 출신으로 채우는 것도 방법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 교수의 일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7호 (2024.02.21~2024.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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