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제’보다 무섭고 ‘사바하’보다 대중적인 ‘파묘’ [쿡리뷰]

김예슬 2024. 2. 2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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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화림(김고은)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한 집안의 의뢰를 받고 묫자리를 파헤치기로 한다.

상덕은 장의사 영근(유해진)과 함께 불길한 파묘 판에 뛰어든다.

땅과 음양오행을 진단하는 풍수사와 유골을 수습하는 장의사, 원혼을 달래고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다양한 인물이 펼치는 협업이 흥미롭게 극을 끌고 간다.

컨버스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굿판에 나서는 MZ 무당 화림을 연기한 김고은과 그의 보조로 호흡한 봉길 역 이도현이 영화에 멋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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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무당 화림(김고은)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한 집안의 의뢰를 받고 묫자리를 파헤치기로 한다. 풍수사 상덕(최민식)은 아무래도 예감이 나쁘다. 묘 하나 잘못 건들면 피바람이 분다는 걸 알아서 영 꺼림칙하다. 하지만 돈 냄새 풀풀 나는 기회를 외면하지 못한다. 상덕은 장의사 영근(유해진)과 함께 불길한 파묘 판에 뛰어든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대중성과 공포감을 적당히 아우른 작품이다. 한국 오컬트 장르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파묘를 소재로 풍수지리와 음양오행 등 토속신앙을 조화로이 엮었다. 뚜껑을 열어본 ‘파묘’는 감독 전작인 ‘검은 사제들’보다는 공포감이 더 살아있고, ‘사바하’보다는 조금 더 대중적인 색채가 강하다. 철저한 자료조사로 만든 세계관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정교하다. 소재 하나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총 6장으로 나눠져 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미스터리보다 공포감이 강조돼 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초자연적 현상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기 그지없다. 사람의 원초적인 두려움을 자극하는 내용이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건드려선 안 될 무덤을 파헤치고 터부시된 금기를 어겨 조상의 원한이 들이닥치는 이야기는 대다수 관객에게 익숙하다. 액 돌리기를 위한 속임굿(대살굿)이나 인부들이 모여 이관하는 광경 역시 크게 낯설지 않다. 민속신앙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집중해서 볼 장면이 여럿이다.

‘파묘’ 스틸컷. 쇼박스 

영화는 4장부터 급변한다. 한국 귀신이 나타나 스산함을 극대화하던 전반부에 이어 후반부부터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공포보다 미스터리함이 고개를 든다. 마지막인 6장은 퇴마물 색채가 강하다. 오컬트라는 큰 범주 내에서 세부 장르가 다채롭게 변화해 새롭다. 관객에 따라 후반부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살면서 한 번쯤은 공감할 법한 이야기가 담긴 전반부와 갈래가 조금은 달라져서다. 다만 오컬트 장르 성격에는 6장 내내 충실하다.

캐릭터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뛰어나다. 땅과 음양오행을 진단하는 풍수사와 유골을 수습하는 장의사, 원혼을 달래고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다양한 인물이 펼치는 협업이 흥미롭게 극을 끌고 간다. 컨버스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굿판에 나서는 MZ 무당 화림을 연기한 김고은과 그의 보조로 호흡한 봉길 역 이도현이 영화에 멋을 더한다. 특히나 김고은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김고은의 대살굿과 최민식의 후반부 고군분투, 이도현의 극적 변화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쉴 틈을 마련하는 유해진도 눈길을 끈다. 

돌비 시네마로 봐야 위력을 더욱더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서라운드 스피커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음향효과와 음성들이 관객 마음을 졸이게 한다. 장 감독이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화끈한 극장용 영화”라고 말한 게 납득된다. 스릴러 문법에 충실한 음악이 서스펜스를 배가한다. 여기에, 실험적이고 과감한 카메라 연출이 도드라진다. 견고한 세계관에 예술성까지 겸비하니 만듦새가 더욱 빛난다. 숨 막히는 긴장감 사이 웃을 구석도 마련돼 있다. 영화 중반부에 느끼는 감정과 다 보고 난 뒤 감상이 판이한 영화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실망이 없을 듯하다. 오는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4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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