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로 발 내딛는 심정으로 공부… 은혜로 여기까지 왔다”
20일 경기도 군포 한세대학교(백인자 총장) 본관 대강당 졸업식. 예배 형식으로 진행된 졸업식에서는 졸업생들의 상기된 얼굴과 이들을 축하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졸업식에서는 학사 396명, 석사 89명, 박사 43명 등 500여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한세대는 1953년 미국 하나님의성회 교단이 세운 순복음신학교가 전신이다. 사립 종합대학교로 군포시 유일의 기독 대학이기도 하다.
일반대학원 음악과를 졸업했다는 한 중국인 여성은 “올해 마흔둘인데 한세대의 전공 실기 등 수업 과정이 너무 좋아 진학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가 많아 공부할 기회는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졸업증을 받게 돼 기쁘다. 축하하기 위해 온 가족이 중국 하얼빈에서 왔다”며 가족들이 있는 자리를 한참 바라봤다.
신학석사(Th.M.) 과정을 졸업한 우종민(30)씨는 “2016년도부터 8년간 쉬지 않고 구약학 학사부터 시작해 석사까지 마치게 됐다”며 “하나님과 목사님, 그리고 옆에 있는 이들이 붙들어준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이자 2021년도에 한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이정인(26)씨는 “신학과에서 남편을 만나게 됐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 않는 모습을 보고 누구에게든 존경받을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졸업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신대원 졸업생 염샤론(27)씨는 학부 때부터 신학을 전공했다. 그는 “부모님이 건물 없이 컨테이너에서 교회를 개척하셨다”며 “매일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를 가시는 부모님 덕에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님 교회에서 전도사로 섬긴다는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신대원 동기는 40명 정도 된다. 그 중 졸업생 기준으로 지금까지 사역을 하는 사람은 21명”이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갖고 있거나 복수전공을 하는 원우들 중엔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신대원)을 사랑한다. 신대원을 다닌 뒤로 성령 사역뿐 아니라 말씀에 대해 더 파고들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과정 중엔 200구절의 성경 말씀을 외워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과정도 있었지만 덕분에 말씀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됐다”며 “공부하면서 청소년 사역에 대한 비전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역자들이 은혜를 받아 자발적으로 헌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순종을 강요받는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헌신 이전에 주님께 충분히 기도하고 말씀을 실제 삶에 적용하는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고 했다.
올해 53세로 신대원을 졸업한 이희정(53)씨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그는 “교회에서 찬양 직임을 맡아 봉사하다 제자훈련을 통해 말씀묵상을 시작하게 되면서 주님을 깊이 만났다”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신대원에 진학하게 됐다. 인생의 대부분을 찬양만 했던 사람이라 처음 신대원에 진학할 당시엔 컴퓨터도 잘 다루지 못했다. 나이가 들며 노안도 진행되던 때라 이 어려운 공부를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생각하며 마치 물 위를 걷는 심정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잘 올 수 있었다”며 “누구라도 하나님이 부르신다면 자신의 나이나 환경, 능력 없음을 바라보지 말고 오직 부르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믿음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권도 사범 출신으로 신대원을 졸업한 김다혜(26)씨는 “아이들을 위한 찬양집회를 크게 열고 싶다”며 “아이들에게 맞춰진 예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씨는 기독교교육상담학을 전공하면서 “차세대 선교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교회 유치부의 6~7세 아이들을 돌보는 전도사로 섬긴다. 마지막 학기는 경남 진해에서 학교를 오가며 졸업시험을 치렀다. 그는 “남편이 제 사역을 지원해 주고 싶다며 응원해 줬다”며 가족에게 감사를 전했다.
간호장교로 일하며 의료선교를 마음에 품었던 김정헌(32)씨는 “매년 사역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며 “그때마다 붙들어 주신 담임목사님 덕분에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신대원 입학 전부터 경기도 포천순복음아멘교회(임형순 목사)에서 초등부 전도사로 섬기고 있다. 김씨는 “신학도 담임목사님의 권유로 하게 됐고 지금 하는 사역도 기도로 응답을 받아 하게 됐다. 사람은 혼자 설 수 없다. 신대원생과 교역자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도사 사역을 하려는 이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하나님께 모두 내려놓고 갈 길을 구하는 ‘몸부림’을 같이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졸업식에서는 정동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장이 설교와 축도를 담당했다. 정 총회장은 “지위를 탐하거나 명예, 출세만 생각한다면 분명 이것도 한때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하나님이 여러분을 보내셨음을 기억하고 나중에는 세상을 떠나 천국으로 가시는 분들이 되기를 축복한다”고 전했다.
백인자 총장은 “그간의 모든 힘든 과정을 다 마치고 오늘 영광스러운 학위를 취득한 여러분께 마음 깊은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 당장 결실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이곳에서 심긴 복음이 어느 날 여러분의 삶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전했다.
군포=글·사진 최하은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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