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즐기는 ‘서브컬처’… 올해도 기대작 쏟아진다
‘블루아카이브’ ‘승리의 여신: 니케’ 인기몰이에
마니아 게임서 대세 장르로 우뚝… 후속주자 늘어
국내 게임 업계가 미소년, 미소녀를 내세운 서브컬처 장르 신작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근래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면서 게임사들의 새 ‘파밍’ 대상으로 선택받고 있다.
서브컬처 장르는 일본 애니메이션 화풍의 그래픽과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을 말한다. 한때 일부 마니아층이 즐기는 비주류 문화로 평가됐지만 최근 이용자 폭이 넓어지면서 대세 콘텐츠로 각광받는 추세다.
이 같은 ‘붐’의 중심엔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가 있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분석 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블루아카이브는 출시 3년 만에 양대 앱마켓 통합 전 세계 누적 매출 5억 달러(약 6687억원)를 달성했다. 특히 서브컬처 본고장인 일본(74%)에서 가장 높은 매출 비율을 차지한 게 눈에 띈다. 이 게임은 일본에서 수익 8위, 수익 성장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도 화제다. 같은 조사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일본 시장에서 전 세계 총수익의 63%에 달하는 2억 1000만 달러(약 2808억 5400만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2022년 출시하고 지난달까지 누적 매출 7억 달러(9363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서브컬처 장르는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서브컬처 게임의 주된 유형인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은 전체 RPG 게임 매출의 17.7%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는 몇 년 전부터 게임 업계 주류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매출원을 고려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장르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서브 컬처의 유행은 올해 게임사들의 주요 신작 라인업만 들여다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서브컬처 특유의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을 불러모아 견고한 수익원을 구축하는 게 게임사들의 목표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특성상 지식재산권(IP) 발굴에도 이 장르는 강점이 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뮤’ 시리즈로 유명한 웹젠은 올해 출시를 목표로 ‘테르비스’를 준비 중이다. 테르비스는 라틴어 ‘테라(Terra)’와 ‘오르비스(Orbis)’의 합성어로 게임이 진행되는 세계를 통칭하는 단어이자 게임 속 세계관의 중심이 되는 여신의 이름이다. 서브컬처 장르에 푹 빠져있는 개발자들이 모여 2D 애니메이션 게임을 준비 중이다.
천삼 웹젠노바 대표는 지난해 지스타 현장에서 “웹젠이 가지고 있는 고정적 이미지를 탈피해서 종합 개발사로서 이용자에게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지 않으면 향후 10년, 20년 후에 팬들에게 계속 사랑받을 수 있겠느냔 고민을 했다”면서 “테르비스 개발자들이 모두 덕후들이다. 덕후 콘텐츠의 팬인 개발자들이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게임을 잘 개발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컴투스는 조이시티 자회사 모히또게임즈와 손잡고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를 상반기에 출시한다. 이 게임은 인공지능(AI) 육성 어반 판타지 RPG로 표방한다. 실사 비율의 미소녀 캐릭터가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웹보드 게임에 집중했던 NHN은 국내 게임 개발사인 링게임즈와 서브컬처 역할수행게임(RPG) ‘스텔라판타지’로 시장에 발을 디딘다. 모바일·PC를 모두 지원하는 이 게임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담금질 중이다. 스텔라판타지는 전문 시나리오 팀을 투입해 방대한 세계관과 캐릭터 간의 서사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니케를 성공시킨 시프트업은 소니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와 함께 서브컬처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를 오는 4월 26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이 게임은 황폐해진 지구를 탐험하며 인류 문명을 멸망시킨 괴물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 담긴다. 게이머는 몇몇 세미 오픈 월드 지역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다양한 액션 디테일, 수집 요소 등으로 재미를 높였다고 게임사 측은 전했다.
대형 게임사들도 서브컬처 신작 보따리를 푼다. 넷마블은 넷마블에프앤씨의 오리지널 IP ‘그랜드크로스’를 기반으로 제작 중인 ‘데미스 리본’을 하반기 출시한다. 이 게임은 특별한 힘을 가진 ‘커넥터(이용자)’가 세상의 혼돈과 멸망을 막기 위해 오파츠를 회수하는 모험을 그린다. 신화나 역사 속 영웅을 현대화한 다양한 ‘초월자(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엔씨소프트 또한 자사의 원작 ‘블레이드소울’ IP의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에버소울’을 연내 일본 시장에 내놓는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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