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빅텐트 11일 만에 무너졌다…이낙연·이준석 왜 갈라섰나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20일 이준석 공동대표와의 합당을 철회하고 자신이 만들었던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제3지대 빅텐트는 11일만에 무너졌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통합주체들의 합의가 부서지고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면서 저희는 통합 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며 “정권 견제도, 정권 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준석 공동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 이후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합당을 완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자기 확신에 오만했었던 것은 아닌지, 가장 소중한 분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했던 것은 아닌지 겸허하게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9일 합당 합의로 성사된 ‘낙준 연대’는 11일 만에 와해됐다. 양측 결별의 첫 계기는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문제가 꼽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옹호하는 입장의 배 전 부대표가 지난 10일 개혁신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의석을 받으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준석 대표는 “제 권한 내에서 공직후보자 추천이나 당직 임명 등의 가능성이 없다”(15일)고 강하게 비토했다.
선거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도 폭발했다. 이준석 대표 측이 “대선 지휘 경험이 있는 이준석 대표가 선거 정책 홍보 전반을 지휘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낙연 대표 측이 이를 합당 시점에서 약속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합의 파기로 받아들여 반대한 것이다.
결국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표결로 처리하자는 이준석 대표 측 주장에 반발한 이낙연 대표, 김종민 의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갈등은 정점을 찍었다. 이후 이준석 대표는 기자들과 비공개 티타임에서 ‘이낙연·김종민이 나가면 천하람·이원욱을 최고위원으로 하고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공천관리위원회를 맡길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낙연 대표는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혁신당과 결별한 이낙연 대표 중심의 새로운미래는 곧 진용을 재정비하고 '세 불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새로운미래는 마침 민주당이 '현역 평가 하위 20%' 명단 통보를 시작해 공천을 둘러싼 분란이 커지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친문계를 비롯한 비명계의 집단 반발 조짐도 보이는 만큼, 민주당 이탈 규모가 상당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유튜브 '당원과의 대화'에 출연해 "부당하게 공천에서 탈락하는 분들이 집단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분들의 집단적 움직임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라고 말했다.지난 14일 김종민 의원이 정당 보조금 지급 기준(원내 5석) 충족을 위해 개혁신당에 영입했던 양정숙 의원도 새로운미래로 이동한다는 계획이지만, 비례대표여서 개혁신당이 제명해줘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미래는 당의 총선 콘셉트를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대체하는 대안 정당에 맞추기로 했다.
반면에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 이외 한국의희망(양향자), 새로운선택(금태섭·조성주), 원칙과상식(이원욱·조응천) 등이 남아 총선 준비에 돌입한다. 보다 분명한 제3지대 노선을 걷게 된만큼, 양당 체제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적 인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총선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혁신당이 20일 곧바로 '양육비 국가 보증제'라는 새로운 총선 공약을 발표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준석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양육비를 최대 100만원 선지급하고, 그 비용을 국세청이 원천징수 하는 국가 보증제를 도입하겠다"면서 "미지급금은 국세청이 비양육자의 근로소득, 연금, 임대료 등을 파악해 사후 강제징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처럼 국가가 저리로 양육비 대출을 해주고,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상환할 수 있는 양육비 대출제도 도입하겠다"며 "개혁신당은 나쁜 부모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혁신당이 민주당 출신 현역 의원 5명(양향자·이원욱·조응천·김종민·양정숙)을 확보한 덕분에 지난 15일 선관위에서 수령한 1분기 경상보조금(6억6600만원)의 용처도 공방 대상이 됐다. 김종민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서 “(이준석 대표 측이) 통합을 깨려는 의도를 갖고도 의원 5명을 채워서 국고보조금을 받았다”며 “당연히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조금을 반납하겠다던 이준석 대표는 20일 “지금까지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법상 반납 절차가 미비하다”며 “공적인 기부라든지 아니면 좋은 일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라도 저희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은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을 인건비와 정책개발비, 선거관계비용 등 정당 운영 경비로만 사용하도록 했다. 정책연구소(총액의 30% 이상), 시ㆍ도당(10% 이상), 여성ㆍ청년정치발전(각각 10ㆍ5% 이상) 등 의무 용처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보조금을 반환하는 경우는 정당이 해산되거나 등록취소된 경우뿐이다. 법이 정한 용도 외로 보조금을 사용한 경우, 선관위가 해당 금액의 2배를 회수한다. 사실상 반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법상 보조금 반납이나 기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선은 지급받은 보조금을 보유하고 있겠다”며 “총선이 끝나면 직접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서 반납 길을 터둔 뒤에 해당 금액을 반납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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