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문 공개 요구한 '이재명 테러범'... 범행동기엔 "다툼의 여지"

20일 부산지법서 첫 공판준비기일, 공소사실 인정하면서도 일부 이의제기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 등)로 구속기소된 김아무개(67) 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2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김씨의 변호인인 변준석 변호사가 법정 밖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변 변호사는 "피고인의 변호인이면서도 심정적으론 피고인 가족의 변호인"이라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 김보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살인미수 혐의로 법정에 선 김아무개씨(67)가 범행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동기에 대해서는 다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공개로 논란이 된 변명문과 관련해선 직접 공개를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20일 오후 4시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는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김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정식 재판과 달리 이날은 피고인 출석이 의무가 아니지만, 김씨는 이날 법정으로 나와 변호인과 함께 자리했다. 범행 조력자로 살인미수 방조 혐의를 받는 A씨도 김씨 곁에 앉았다.

김씨 측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이견이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공소사실 관련 의견을 묻자 김씨의 변호인은 "어제 기록을 받아 검토했다. 범행사실은 자백하지만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다소 다툼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재차 확인한 재판부의 질문에 김씨도 "네"라고 답변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구체적으로 범행배경이라는 문단이 나와 있는데, 그 부분에 일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라고 부연했다. 

피고인의 생각을 들은 재판부는 바로 다음 일정에 속도를 냈다. 재판부는 "내달 15일 오후 4시 40분 부산지법 351호에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 지난 1월 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아무개씨가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 부분은 법정 밖에서 더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김씨의 변호인에 따르면, 검찰은 공소장에 범행배경으로 '자포자기 심정'과 '영웅 심리'에 기반한 범행을 적시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피고인은) 그런 게 아니라 순수한 정치적 명분에 의한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수사기관이 비공개를 결정한 변명문에 대해 정작 피고인은 적극적으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변호인은 여러 파장을 고려하면 공개가 어렵다는 의견을 추가했다.

김씨 변호인은 변명문 공개를 요구한 게 맞냐는 질의에 "그렇다"라며 "그러나 변명문의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공개는 어렵다고 판단한다"라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피고인 가족에게 영향이 갈 수 있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단 것인데, 변호인은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돼 기소된 김씨가 법정에 선 건 범행이 벌어진 지 49일 만이다. 검찰은 지난 1월 2일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를 방문한 이 대표에게 다가가 흉기로 목을 찌른 김씨를 살인미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9일 구속기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