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등기이사 복귀는 아직"…준감위 "빠른 복귀 좋을 듯"

윤성민 2024. 2.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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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삼성 준감위 3기 첫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의미에서 등기이사로 빠른 시일 내에 복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3기 수장을 맡은 이찬희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 이사 선임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20일 준감위는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3기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이 위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책임 경영을 좀 더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로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시점에서 복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준감위 의견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의견이고 이런 경영 판단의 문제에 준감위가 역할을 하기에는 좀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준감위는 이달부터 2026년 2월까지 3기 활동을 이어간다. 이날 3기 첫 회의에선 신임 위원과 기존 위원간 견해를 공유하고 내부거래, 대외후원, 기타 제도 등에 대한 안건을 다뤘다. 준감위 3기엔 한승환 위원(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이사 사장)이 새로 합류했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에 대한 첫 번째 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5년째 이사회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회장 등기이사 복귀에 대해 “아직 이르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이 바로 항소했고 2심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등기 이사로 복귀하면 마치 재판이 끝난 것처럼 행동한다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 삼성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이사회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20일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논의했지만, 가장 큰 관심사였던 이 회장 등기이사 복귀는 거론되지 않았다.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삼성SDI 생산법인 1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날 이 위원장은 검찰의 항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재판은 게임처럼 승부를 가르는 것이 아니다"며 "각자 자신의 주장 입증을 위해 재판에 참여하지만, 마지막에는 재판에 승복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준감위가 존재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절대적인 독립성의 보장이고 이를 위해서는 회사도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준감위 회의 참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준감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건 최고경영진의 준법경영 의지와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조만간 (이 회장과) 준감위와의 면담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한성대 인공지능(AI)응용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이들은 다음달 22일 임기가 종료되는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종훈 전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후임이다.

신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출신 금융 전문가다. 기획재정부를 서쳐 2013년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조 교수는 로봇 분야 전문가로,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학·석·박사과정을 거쳐 공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들은 다음 달 20일 열리는 주총에서 최종 선임된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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