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지원 전에 친다" 전방위 공세 나선 러…자포리자에 5만병력 집결

박형수 2024. 2. 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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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 아우디우카를 점령한 러시아군이 기세를 몰아 주요 전선에서 빠른 속도로 진격하고 있다. 러시아는 개전 2년을 코앞에 두고, 포탄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을 전방위로 압박하며 점령지 확대를 위해 돌진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의 주요 격전지 아우디우카를 점령한 뒤 추가 점령지 확보를 위해 주요 전선에서 전방위 공세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군은 필사의 방어전을 벌이고 있지만, 서방 원조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총공세를 막아내긴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 러시아의 152mm 자주포가 미공개 위치에서 우크라이나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포리자에 5만 병력 결집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 주요 거점 도시인 자포리자주(州) 인근에는 5만 명의 러시아 병력이 집결한 상태다. 러시아가 아우디우카에 배치했던 병력보다 큰 규모다.

자포리자는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곳으로,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직후 점령됐다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다. 이 과정에서 방사능 유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컸던 지역이다.

러시아군은 19일 자포리자의 우크라이나군 기지와 민간인 마을을 무차별 폭격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민간인 1명이 사망하고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4명이 크게 다쳤다. 민간인 거주 지역의 건물이 4채 이상 파괴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드론을 설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지난 17일엔 하루 동안 82번의 전투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 참모진은 “러시아군이 총 13발의 미사일과 104번의 공습을 실시했고, 다중발사로켓시스템을 169회 발사했다”고 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에서 러시아의 반복적인 공격을 모두 격퇴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 서부작전사령부(AFU)는 “이것은 ‘더 큰 일’의 전초일 수 있다”고 매체에 전했다.

러시아군은 북동부의 쿠피안스크에서도 진격 중이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쿠피안스크에서 병력 115명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쿠피안스크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와 인근 도시로, 2022년 2~9월 러시아군이 점령했다 우크라이나가 수복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이 북동부 크레미나, 동부 마린카, 남부 리만을 향해서도 돌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병력 열세에 맥 못추는 우크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맹공에 맥을 못 추는 가장 큰 이유는 탄약 등 무기와 병력 부족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군인 예호르 피르소우는 우크라이나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500㎏~1t짜리 폭탄으로 빌딩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데 우리는 조그만 무인기뿐이다”면서 “우리에겐 포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포탄 공급은 올 가을에나 본격적으로 지원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EU의 포탄 지원이 확대된다 해도, 미국의 지원 없이는 러시아를 막아내긴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원에 지난 13일 상원에서 통과한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쿠피안스크 최전선 군 기지를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는 서방의 지원이 미뤄진 틈을 타 주요 전선에 군사력을 쏟아부은 상태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쿠피안스크 최전방 부대를 방문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지연되는 것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포탄과 최전방 방공, 장거리 무기 등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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