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쌀',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인 ‘단백질 공급원’ 될까 [대체육이 뜬다]
◇소고기 쌀로 지은 밥, 순수 단백질 맛 강해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홍진기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소고기 쌀을 개발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고기 쌀은 '쌀'이라기보다 '소고기'다. 실험실에서 만드는 고기인 배양육은 소, 닭 등 생물의 줄기세포를, 모양을 잡고 조직을 이뤄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지지체'에 세포가 먹고 자랄 배양액을 공급해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배양한 세포를 질감, 맛 등을 고려해 가공해 식품으로 제조한다. 홍진기 교수팀은 '지지체'로 '쌀'을 선택해 배양육을 키운 것이다. 쌀알에는 미세한 구멍이 많아 세포가 구석구석 들어가 성장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췄다. 연구팀은 줄기세포가 쌀에 더 잘 달라붙게 하려고 생선에서 뽑아낸 젤라틴으로 쌀을 나노코팅해, 세포 수용량을 크게 증가시켰다. 이 쌀알에 소 근육과 지방 줄기세포를 뿌린 후 실험실 접시에서 9~11일 배양했다. 홍 교수는 "소 세포를 따로 키우면 잘 자라지 않지만, 쌀에서는 잘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렇게 만든 소고기 쌀은 식품 안전 요건을 충족한다"고 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소고기 쌀은 일반 쌀알보다 단백질은 8%, 지방은 7% 더 많았고, 소조직 단백질과 유전적으로 18.54% 일치했다.
쌀 형태다 보니 일반 쌀처럼 밥을 짓는 등 조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직접 소고기 쌀로 밥도 지어봤다. 연분홍빛이 돌았고 향미는 근육과 지방 함량에 따라 달라졌다. 근육 함량이 높으면 아몬드 냄새가 나고, 지방 함량이 높으면 버터 향이 났다. 홍 교수는 "소고기 맛은 핏속 철분에서 일정 부분 야기 된다"며 "소 줄기세포만 이용한 소고기 쌀은 순수 단백질 맛이 좀 더 강하게 났고, 식품으로 개발될 땐 이 부분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했다.
배양육 시장에서는 알맞은 지지체를 찾는 데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먼저 의료용 이식재는 먹을 수 없어, 배양 후 녹여서 없애는 등의 또 다른 과정이 필요했다. 작은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려면 액체에서 키우는 '부유 배양'을 해야 하는데, 먹을 수 있는 물질로 지지체를 만들면 액체 속에서 분해가 되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쌀 알갱이는 ▲먹을 수 있는 소재인 데다가 ▲물속에서 물성 변화가 없어 부유 배양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게다가 저렴하고, 알레르기 가능성도 작아 지금까지 개발된 배양육 기술을 쌀알 지지체와 접목한다면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홍 교수는 "실제로 많은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며 "소고기 쌀은 일종의 플랫폼으로, 다른 식품에서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어서 다른 형태의 미래 식품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팀 내에서도 소고기 쌀에 들어가는 소의 근육과 지방세포 함유량을 더 높이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쌀알 지지체보다 줄기세포 함량이 많아지면 고기로도 활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소고깃값이 1kg에 2만 원에 육박하는데, 소고기 쌀이 상용화되면 가격은 1kg당 3000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 받고 있어
해외에서도 이번 연구 결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쌀 알갱이를 지지체로 이용한 건 세계 최초 시도이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소고기쌀은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인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하이브리드 식품"이라며 "시장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소고기 쌀을 소개하며 "분홍색 쌀이 지속 가능한 음식 메뉴로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에 미국 워싱턴 주립대 존 오틀리 교수는 "생산량을 확대하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 소고기 쌀은 효율적인 영양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단백질 수요는 늘어가고 온실가스·감염병 등으로 축산업은 축소되는 지금, 배양육 시장은 선택 아닌 의무다. 배양육 개발은 축산업 축소를 유발하는 기후 위기도 해결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존스홉킨스대 박소현 박사후연구원은 "단백질 100g이 든 소고기 쌀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6.27㎏이 배출되지만, 축산으로 얻은 소고기는 49.89㎏을 배출하는 걸로 추정된다"고 했다. 배양육의 또 다른 장점은 모든 과정을 트래킹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소고기는 어떤 과정으로 항생제를 얼마나 맞으면서 자란 소의 고기인지 등을 알기 어려운데, 배양육은 음식으로 개발하기 위해 실험하는 과정을 블록체인 위에 올려놓으면 조작이 불가능해 매우 높은 신뢰도를 보장하면서 생산할 수 있다"며 "지금 블록체인에 올리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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