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 구본창 회고전
[이정희 기자]
▲ 문라이징 |
ⓒ 서울시립미술관 |
구본창은 1989년 우연히 조선백자 달 항아리와 그 옆에 앉아 있는 여성의 사진을 보고 타국에 있는 조선백자를 안타까워하다가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04년부터 조선백자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3월 1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전시되는 사진가 구본창이 한 일이다.
▲ 젊은 남자 포스터 등 |
ⓒ 서울시립미술관 |
내성적인 소년은 어떻게 꿈을 이루어 갔을까
1953년 생 구본창은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외국 앨범을 수집하고 명작을 모사하며 예술에 대한 꿈을 키우던 소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경영학과에 진학한 소년은 거기서 우리가 아는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과 동기 배창호 감독이다.
배창호 감독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 지 1년 만에 그만두고 감독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데 그를 보고 구본창 작가도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배창호 감독처럼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 하다 독일 지사로 발령을 자처하게 된다. 다시 예술가의 꿈을 풀어가고자 한 작가는 대학에서 만난 친구의 영향을 받아 '사진'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 구본창 |
ⓒ 서울시립미술관 |
그렇다면 구본창이란 젊은이가 배움을 시작했던 '사진'은 어땠을까? 여전히 우리 시대에도 영향력이 큰 '인상주의'의 시작은 '사진'이다. 그 이전 정물과 인물을 표현하는 대표적 매체였던 미술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는 '사진술'의 탄생 이후, 자구책으로 '보이는 것 그 이상'에 대한 모색을 시도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인상주의'로 귀결된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인상주의'의 모색이 '사진'에서도 일어난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담는 '즉물주의'적 경향이 1차 대전 이후 대두되었고, 이런 경향은 2차 대전을 치르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굳어지며 전쟁 중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 굿바이 파라다이스 |
ⓒ 서울시립미술관 |
보이는 것 너머, 보이도록 연출하다
그가 추구한 연출 사진은 '사진이 객관적인 기록이라는 전통적 역할을 뛰어넘어 회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매체의 속성을 반영해 주관적인 표현이 가능한 예술적 장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세계적인 나비학자 석주명의 유고집에서 전국을 돌며 채집한 15만 마리의 나비 표본이 전쟁 통에 소실되고 말았다는 내용을 읽은 구본창은 '나비' 시리즈를 시도한다. 명함 크기의 한지에 나비를 인화하여 채집 상자 표본처럼 만든 것이다.
제사를 지낼 때 지방을 태우는 제의와 1994년 개봉된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본 잿더미 도시 이미지에서 착안해 인화된 사진을 토치로 그을려 〈재가 되어버린 이야기〉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 재가 되어버린 이야기 |
ⓒ 서울시립미술관 |
그렇게 '사진'의 세계를 확장하던 구본창은 민속학자 이두현을 만나며 새로운 작품 세계에 발을 들인다. 앞서 소개한 '백자' 시리즈는 물론, 백자를 촬영하며 다니며 만난 '곱돌(들기름이나 콩기름을 먹인 뒤 겨 속에 넣어 태우면 탄소가 기름에 부착돼 표면이 옻을 칠한 듯 검게 변한 공예품)', 굿에 사용된 후 태워없어지는 지화 등이 구본창의 앵글 속에서 그 존재의 의의를 얻는다.
1998년 이두현 교수와 함께 봉산탈출음 촬영하며 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구본창은 <탈> 시리즈를 제작한다. 그의 백자 시리즈가 덩그러니 백자만을 화면에 가득 담는 여느 백자 사진과 다른 것처럼 구본창의 탈은 '생생한 캐릭터'로 다가온다.
▲ 탈 |
ⓒ 서울 시립미술관 |
이런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은 비무장지대, 콘크리트 광화문 시리즈로 확장된다. 소실되었던 광화문이 1968년 재건축 복원되었든데, 박정희 정부는 당시 광화문을 '콘크리트'로 만든 것이다. 채색된 단청 속에 숨겨져 있던 콘크리트 단면 만큼이나 우리의 현대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상'이 있을까.
▲ 콘크리트 광화문 |
ⓒ 서울시립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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