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일본 사회, 그들이 사는 법이 궁금하다면
"세상에 없던 ‘문화’와 ‘비즈니스’가 출현한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일본. 65세 이상 인구가 약 30%에 달했고 그중 75세가 넘는 초고령자들이 절반이 넘는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초저출산까지 겹쳐 국가소멸 위기설까지 들려오는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은 2000년 초부터 고령사회를 맞이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과정 속에서 고령화에 관한 나름의 노하우와 대처법을 축적했다. 그중에서도 두드러진 특징으로, 고령자를 비롯한 전 세대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문화의 출현했고 고령친화적인 고령화 정책과 기술들이 대거 등장 한 점 등은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책은 은퇴 및 시니어 트렌드 전문 칼럼니스트인 김웅철 저자가 일본이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때부터 그 현장을 취재하며 분석한 시니어 리포트로서,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로 하여금 고령화를 대처하는 일본의 노하우와 지혜를 엿보게 해주는 유용한 참고서다.
● A.I., 펜데믹, 기후변화…그 무엇보다 심각한 변화가 온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일각에서는 그보다 이른 2024년 하반기에 그 시기에 진입할 것이라 전망했다. 바로 올해부터다. 초고속 고령화에 저출산 심화까지 겹치면서 한국은 급속도로 발전한 이래 성장의 정점을 찍고서 내리막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서는 국가소멸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반세기 안에 인구 절반이 노인이 될 수 있다는, 이른바 ‘대한노인민국’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형국. 초고령화에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당장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 우리보다 십여 년 앞선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신(新)고령사회로 가는 길을 찾다
2000년 초부터 최고령국가가 된 일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보다 십여 년 앞서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고령화에 있어서 한국의 선배 격이다. 고령사회를 대응하고 있는 그들의 슬기로운 시니어 생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크게 두 가지로 보았다. 먼저 중장년층과 젊은 층의 가치관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는 점, 그리고 고령화 정책과 기술이 현장 중심으로 발전하며 고령 친화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함께, 천천히’라는 키워드가 초고령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치매카페와 같은 모임이 생기고, AI택시와 같은 혁신적인 교통수단이 도입되면서 고령자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고령자들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인 ‘슬로 계산대’가 운영되며, 젊은이들은 고령자의 짝꿍 역할을 하면서 IT 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고령자들의 요양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로는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을 만들어 치매 환자들의 배회를 예방하는 요양원이 있고, 의료와 간병이 하나로 통합된 ‘의료·간병 복합체’와 ‘커뮤니티 케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더불어, 일본에서는 초고령 대학인 ‘어른 대학’이 운영되어 시니어들이 다시 한번 학창 시절을 즐길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니어 비즈니스들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편의점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확대했고, ‘메디컬 피트니스’와 같이 건강과 피트니스를 결합한 새로운 건강수명 비즈니스도 등장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된 사회적 현상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하면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 대한 고민과 시도를 전달하고자 한다. 일본의 고령화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견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본의 성공 사례들을 통해 우리만의 고령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에서 도움이 되어줄 유용한 참고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령화가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 초고령사회를 넘어 신고령사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 저자 김웅철은 누구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상명대에서 ‘액티브 시니어의 지역 참여 활성화’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수학했다.
1995년 매일경제신문 기자로 입사해 도쿄 특파원, 국제부장, 매경미디어그룹 계열사 ㈜매경비즈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경제방송 EBC 대표로 일하며 고령화가 몰고 올 사회 변화와 ‘젊은 노인’들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연금밖에 없다던 김부장은 어떻게 노후 걱정이 없어졌을까' '일본어 회화 무작정 따라하기', 번역서로는 '대과잉 시대가 온다' '2014년 일본파산' 등이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도쿄 어학연수를 시작으로 일본 대학 연구원, 언론사 특파원과 국제부장, 일본 고령화 문제 저자로 지금까지 일본과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스스로 ‘일본통通’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의 곁에 항상 일본이 있었던 건 분명하다.
2011년 ‘은퇴 매거진’ 창간을 준비하던 한 금융회사로부터 일본의 고령사회에 관한 칼럼을 요청받았다. ‘한국의 고령화 양상도 일본과 비슷할 것이고, 그런 만큼 일본은 좋은 참고서’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의 역할은 우리보다 약 10년 앞서 대량 은퇴와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었고, 일본 도쿄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려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로부터 10년 넘게 이어온 일본 고령화에 관한 연구와 관심의 결과물이다. 초고령화라는 인류 미증유의 상황에 직면한 일본 정부와 기업, 개인의 대응 경험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한국에도 타산지석이 될 것이라 감히 여긴다.
박준식기자 parkj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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