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 "컷오프 명단 나만 안다"…원심력 커지는 野

장희준 2024. 2. 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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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관위원장, '컷오프 명단' 유출 반박
김영주·박용진 이어 윤영찬도 불복 기자회견
친문계 집단행동 관측…연쇄 탈당 가능성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사천(私薦)' 논란이 확산하자 공천관리위원회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던 비명계 인사들이 실제로 '공천 배제'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며 논란의 불씨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따른 하위 20% 명단을 입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평가위원회가 공관위원장에게 전달한 명단은 위원장만 갖고 있으며 통보도 위원장이 직접 한다"며 "추측성으로 평가 하위 20%를 운운하며 허위사실을 기사화하는 것은 선거운동 방해와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의원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임 위원장은 전날 오전부터 하위 평가 대상자에 개별 통보를 시작했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은 경선 득표수의 20%, 최하위 10%는 30%가 감산된다. 이 때문에 최하위 10% 대상자는 사실상 '공천 배제'로 평가되는데, 전날 이 명단을 입수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구체적인 실명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하위 10%에 해당하는 현역 10명과 하위 10~20% 구간에 14명, 불출마를 선언한 인재근·김홍걸·최종윤 의원, 이미 탈당한 이원욱·조응천·김종민 의원 등 31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위원장은 자신이 '밀실 공천'을 인정했다는 관측도 반박했다. 그는 거듭 입장문을 발표하며 "현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며 밀실 공천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측근들과 비공개회의를 통해 공천 문제를 논의했다는 관측이 잇따르며 당내 반발 기류가 거세졌다. 일부 의원들이 이런 문제를 두고 공관위에 항의하자, 임 위원장이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뒤늦게 진화 나섰지만…반발 기류 '위험수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 자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당이 뒤늦게 임혁백 위원장을 앞세워 수습에 나섰지만, 원심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4선 중진' 김영주 의원이 하위 평가 대상자에 든 결과에 불복하며 탈당을 선언했고, 이날 오전에는 비명계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 통보에 반발하며 항의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스템 공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데 따른 연쇄 탈당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문계를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도 관측되고 있다. '검찰정권 탄생 책임론'으로 친문계를 향한 낙인찍기를 촉발한 당사자가 임 위원장인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홍영표·전해철·윤영찬 의원 등 친문계 내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참모를 지낸 인사들은 이날 낮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오후에는 홍 의원 사무실에 모여 향후 행보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갔다. 이날 회동에 참여한 한 의원은 컷오프 통보 여부에는 말을 아끼면서 "필요하다면 내일(21일)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위 10%' 통보를 받은 사실을 밝히면서 항의했다. 그는 "비명계 공천 학살과 특정인 찍어내기 공천은 표적이 된 당사자에게만 악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라며 "이런 식으로 간다면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대참패를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천 심사 기준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특정 계파 사람들만 구원하고 구제하는 계파적 공천"이라고 지적했다.

최병천 "李, 방탄 공천…총선 승리 물 건너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당 밖에서의 반발 기류도 거세다. 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연구소 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공천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비명횡사-찐명횡재"라며 "총선 승리는 물 건너간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및 경기도지사 시절 측근들의 출마 상황을 열거하며 "이 대표는 '방탄 국회'를 만들더니, 민주당이 총선에서 폭망하든지 말든지 자신의 호위무사 숫자 늘리기에 전념하며 '방탄 공천'을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여당도 공세에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비명계 제외 여론조사'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현역 의원 가운데 최하위권의 무려 90%를 당내 소수 비명계가 차지했다는 사실은 어떤 설명을 덧붙여도 개운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공천의 유일한 기준은 '친명횡재', '비명횡사'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대표가 공천 사안을 논의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라며 "판세를 따져보고 후보자에 따른 유불리를 계산해보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걸 '사천'이란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한편, 공관위는 이날 오후 4차 공천심사에 돌입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논란이 많았던 지역구를 포함해서 (공천 발표에) 속도를 내려고 한다"며 "이르면 21일 오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컷오프 명단' 공개에 대해서는 "공관위원장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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