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친구한테만 ‘호구’가 되는 우리 아이. 왜 그럴까?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④]
부모들은 모두 우리 아이가 당당하기를 바란다. 불만이 있을 때 곧잘 표현하면 좋겠고, 자신의 것을 단단하게 지켜가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또래에게 간식이나 장난감을 빼앗기면서도 아무런 말도 못하는 아이들은 늘 존재해 왔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 중에는, 가족한테는 자기 권리를 그렇게 잘 주장하는 아이들이 있다. 도대체 왜 그런걸까? 대부분의 답은 ‘기질’에 있다.
도대체 ‘기질’이 뭐길래
기질이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특성을 말한다. 타고난 것으로서 잘 변하지 않으며, 개인의 성격, 감정, 행동 방식 등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활동적이고 주장을 잘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조심스럽고 조용한 기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또한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원하는 걸 얻어 내려는 욕심이 큰 기질이 있고, 주변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들어 가면서 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대세에 따르는 것이 편한, 안정을 추구하는 기질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질은 친구 관계에서 나타나는 대응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래의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친구에게만 ‘호구’가 되는 우리 아이, 너무 답답해요
5살 C는 집안의 대장, 귀여운 독불장군으로 통한다. 놀이를 할 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응해주기를 원하고,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짜증을 내기도 한다. 부모님은 그런 아이에게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닌다. 그런데, 친구들과 있을 때의 C는 순둥이가 따로 없다. 친구가 자기 장난감을 뺏어가도 돌려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새치기를 당해도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욕심이 없는 걸까, 배려를 잘하는 걸까. 집에와서 물어보면 “그 친구 미웠어” 라고 말하면서도, 화를 잘 내보자고 하면 미지근한 반응만을 보일 뿐이다. ‘잘 거절하기’에 대해 교육하기는 하는데, 매번 실패하니 김이 샌다. 어머니 또한 어린 시절 싫은 소리를 잘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었기에 더욱 잘 키우고 싶은데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자기 밥그릇을 잘 찾아 먹을 수 있을지, 커서 친구들의 ‘호구’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C는 유아용 기질 및 성격검사(JTCI)를 실시하였으며, 그림검사, 가족화검사 등을 포함한 정서검사를 실시했다. 또한 대조를 위해 부모님의 기질 및 성격검사(TCI)도 함께 실시했다. 심리 검사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상대방의 ‘인정’이 가장 중요한 아이. 다만 자신감은 부족
기질 및 성격검사 결과, C는 신중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어떤 행동을 하기 전 오랜 시간을 들여 충분히 고민하는 모습이며, 익숙한 행동방식이나 안정적인 상황을 보다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익숙한 가족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가능하지만, 아직 가족만큼 편하지 않은 또래들에게는 자기표현이 어려운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C는 기질적으로 애정욕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사이좋은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을 때보다 큰 만족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러한 성향과 관련,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자신의 욕구나 불편감은 일단 참아가면서 큰 갈등이 없는 상황을 유지하려 했다고 보인다. 그리고 참거나 양보하는 행동은 C에게 ‘익숙한’ 대처 방식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이 아무리 자기 주장 방법을 교육 해주더라도 그것을 과감하게 실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한 C는 현재 자신감이 다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자신이 자기주장을 하다가 혹시나 실수하지는 않을지 걱정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성공 경험보다도 실수했던 경험을 보다 오래 곱씹기 때문에 자기 표현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과 관련, 부모님이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등 의존적인 태도를 보일 소지가 엿보인다.
어머니의 경우, 마찬가지로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기질상 C의 성공 경험 보다는 실패 경험을 곱씹을 소지가 엿보이며, 이러한 태도는 어머니와 C의 좌절감을 더욱 상승시켰을 수 있겠다. 또한 아버지는 낙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자녀가 경험할 긴장을 섬세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시사된다. 막연하게 ‘언젠가는 잘 하겠지’ 라고만 생각하는 듯하다.
검사자 제안: 아이의 망설임을 이해해주고,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함께 정해주기.
우선 제안할 점은, C의 느린 속도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조심스러운 기질의 C에게 있어 ‘자기 주장’은 다른 것보다도 실천이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이에 다른 아이들보다도 조금 천천히 자기 주장을 배워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부모님은 오늘의 실패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좌절하기 보다도 ‘그래도 시도하려고 노력했음’을 알아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더불어 아동이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일지 고민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친구가 새치기를 하거나 장난감을 뺏어갔을 때 “어!” 하고 소리내기, 혹은 그 친구에게 다가가서 바라보기와 같이 비교적 덜 부담스러운 과제부터 실천해 보게끔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아동이 ‘성공경험’을 해보게끔 도울 것이며, 아동은 자신감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늘 중요한 것은, ‘아동의 성향과 아동의 시야에 맞춰서 대처해 주기’인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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