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가 인사평가? 기자 이름은 왜 올라갔나"

소중한 2024. 2. 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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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피해자·노동조합·시민단체 긴급 기자회견... "7년 넘게 '살생부' 관리, 처벌 당연"

[소중한, 이정민 기자]

 
▲ 인권단체,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인권운동단체 대표자들과 공공운수 쿠팡물류센터지회장 등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은 노동자의 노동권과 언론의 자유, 정보에 대한 권리 침해에 그치지 않고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정당한 권리를 이야기하고 실현할 수 없게 하는 큰 이유로 자리잡고 있다"며 쿠팡 측의 행위를 규탄했다.
ⓒ 이정민
 
'쿠팡 블랙리스트' 피해자와 여러 언론단체·노동조합·시민단체가 쿠팡 측을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피해자 집단소송을 위해 "광범위한 법률대응팀을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31개 단체는 20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블랙리스트 사건은 1만 6000여 명에 이르는 노동자의 노동권과 언론의 자유, 정보에 대한 권리 침해에 그치지 않고 일터에서 정당한 권리를 이야기하고 실현할 수 없게 하는 큰 이유"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쿠팡대책위는 어제 60개 단체를 모아 (쿠팡 측을) 고발했다. '법꾸라지' 쿠팡을 고발한 사건이 묻히지 않고 늘어지지 않도록 협조하고 대응하겠다"라며 "또 피해자들과 상의해 집단 소송인단을 모으고 법률대응팀을 광범위하게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가 인사평가? 주관적 살생부"
 
▲ 쿠팡 블랙리스트 관련 당사자 발언하는 정성용 공공운수 쿠팡물류센터지회장 인권운동단체 주최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정성용 공공운수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이 당사자 발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쿠팡은 (블랙리스트 보도 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인사평가라는 말을 쓰고 블랙리스트라는 말을 쓰지 않는 노력도 보여주고 있다"라며 "쿠팡은 인사평가가 아닌 주관적 살생부인 블랙리스트를 지금 당장 없애고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찬반 여론이 존재한다는 게 조금은 당황스럽다. 현장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블랙리스트가 필요하단 댓글, 입장, 말들을 듣고 있다"라며 "회사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7년 넘게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심지어 다른 회사와 공유할 위험까지도 여러분은 감수하고자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한 번의 부당한 낙인이 평생 꼬리표가 돼 생계에 지장을 주는 블랙리스트에 찬성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언론인까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을 두고 "언론노조는 이번 블랙리스트를 표현의 자유를 위반한 반헌법 행위로, 언론노조 강령의 편집권·편성권을 침탈한 사건으로 규정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말끝마다 카르텔을 이야기하는데 이게 쿠팡이 가진 대표적 카르텔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카르텔도 제발 해체해달라"라고 지적했다.

쿠팡 물류센터를 취재했고 블랙리스트에도 이름이 오른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도 "쿠팡은 왼손엔 법무팀과 김앤장 등의 로펌을, 오른손엔 주요 언론사와 국회 출신의 홍보·대관 담당을 두고 '불법은 아니잖아'라고 말한다"라며 "그런데 왜 쿠팡에서 한 번도 일한 적 없는 사회부 기자들의 이름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나. 쿠팡은 선량한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어제 자극적 영상을 공개했던데 소수의 극단적 사례로 전체를 호도하는 전형적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 인권단체,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인권운동단체 주최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쿠팡 블랙리스트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쿠팡 측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후 만들어진 '블랙리스트 이후'의 정윤희 디렉터는 "쿠팡 블랙리스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현대판 제노사이드"라며 "헌법을 위배했고 이 문제를 언론에서 심각하게 다루고 있음에도 정부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준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안전부장도 "실제 대우조선에선 취업방해로 인해 자신의 일터에서 자살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취업방해는 이렇게 살인까지 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쿠팡 블랙리스트를 계기로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이 다같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이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활동가는 "(쿠팡 블랙리스트가) 근로기준법 40조 취업방해 조항에 적용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번에 밝혀진) 1만 6000명에 그칠까"라며 "더 많은 플랫폼 기업이 더 많은 노동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이 횡행할 수 있다. 만약 기존 근로기준법이 부족하다면 새 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 19일 쿠팡,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강한승·박대준 대표이사 등을 근로기준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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