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사망에…바이든 "러 제재" vs 트럼프 "나도 정치 수사"

강태화, 김하나 2024. 2. 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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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전용 헬기로 백악관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관련 발언'과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해 연일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일 강경론을 펴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과 자신의 수사 상황을 비교하며 자신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ㅎ해 “이미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지만,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러시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오다 지난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 사망 직후부터 “푸틴이 책임이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왔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역시 사망의 배후가 푸틴임을 전제한 말로 해석된다.

그는 또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 계류 중인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안보 예산과 관련해 “나발니의 사망으로 입장 변화가 생기기를 바란다”며 “공화당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고, 러시아의 위협과 우리의 의무로부터 도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전용 헬기로 백악관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관련 발언'과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해 연일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을 여러번 “똑똑한 사람”으로 지칭했고,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푸틴을 변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반면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해선 푸틴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자 공화당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까지 “트럼프는 푸틴이 나발니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답하라”며 압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결국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첫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나발니의 죽음에 배후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채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나에게 갈수록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각하게 한다”며 “모자란 급진 좌파 정치인과 사법부는 우리를 점차적인 쇠락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만 적었다. 이어 “뚫린 국경과 조작된 선거, 불공정한 판결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쇠락 중인 실패한 나라”라며 나발니의 사망을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엔 보수 매체의 사설 ‘바이든:트럼프, 푸틴:나발니’를 SNS에 게시했는데, 이 역시 푸틴이 정적을 투옥한 것과,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을 수사한 것이 유사한 목적이라는 논리의 글이었다. 폴리티코는 “나발니 사망 72시간만에 트럼프가 첫 언급을 내놨지만, 그는 나발니의 죽음을 자신의 재판과 연결했을 뿐”이라고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7월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반정부 인사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한 푸틴의 배후설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푸틴의 책임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AFP=연합뉴스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을 압박하고, 러시아를 직접 비판하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황을 활용한 반격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기는 다음달 7일 상·하원 합동회의 국정연설이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특검 보고서의 부정적 충격을 다룰 유일한 길은 대통령이 나서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선 판세를 뒤집을 기회로 삼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 특검은 지난 8일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이라고 평하면서 나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공화당이 다음달 허 특검을 청문회 증인으로 부를 예정인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논란을 끝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연설에선 불법 이민자 유입을 중단할 행정명령까지 전격 발표해 트럼프가 내세워온 국경 이슈까지 선점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류반카 광장의 솔로베츠키 기념비에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는 꽃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선 대통령의 연설 직후 야당 인사의 반박 연설이 이어진다. 미국의 일부 매체들은 공화당 내 일각에서 연설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세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어, 실제 누가 연설을 맡을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편 지난 14일 푸틴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선호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 정가에서 "완벽한 거짓말"이란 반응이 나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19일 MSNBC와 인터뷰에서 "명백히 허위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라며 "트럼프가 어리석게 '사실은 나에 대한 칭찬인 줄 알았다'라고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의심의 여지 없이 크렘린궁에서 축하 파티가 열릴 것"이라며 "푸틴은 트럼프가 만만한 사람(easy mark)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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