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죽을지 몰라" 죽을 만큼 힘들게 일하는 남편

이준목 2024. 2. 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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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이준목 기자]

"인생은 마라톤이다. 그런데 남편은 단거리 경주처럼 매사 숨이 가쁘다. 중장기적으로 시간을 길게 잡고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부부는 각자 일하는 속도, 생각, 방식이 다른 것이다. 아내도 자신만의 속도로 연구하고 배우다 보면 충분히 자신만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열정이 넘치고 조급한 남편과, 느리고 신중한 아내, 극과 극의 기질 때문에 갈등을 빚는 부부에게 오은영이 전한 조언이다. 19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64회에서는 '사사건건 태클 VS. 과한 행동력, 사과 부부' 편이 그려졌다.

결혼 10년 차 정지만-오유주 부부는 현재 강동구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태권도 선수 출신의 남편은 매사 적극적이고 열정이 넘쳤고, 아내는 자녀와 함께 찍은 댄스 동영상을 SNS에 업로드 할 만큼 흥이 많고 발랄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부부는 서로 성격이 전혀 달랐다. 남편은 결혼 이후 아내가 지금까지 자기가 하는 일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부정적이라며 불만이 쌓여있었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의 과한 행동력을 버거워했고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내뱉는 짜증과 폭언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남편은 출연을 승낙한 이유에 대하여 "앞으로도 같이 안 살 것은 아니니까. 결혼한지 10년 정도가 되었으니 차라리 이 기회에 한번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부는 남편의 제안으로 정육점과 식당을 함께 운영중이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정이 넘치는 남편은 태권도 사범 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지자 정육업에 뛰어들었다.

남편은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반면 국악을 전공하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만 해왔던 아내는, 남편의 요구로 익숙하지 않은 정육점 일에 덩달아 참여하게 됐다.

부지런한 성격의 남편은 아침부터 정육점과 식당을 오가며 일을 하느라 분주했다. 아내가 저녁에 육아를 위하여 먼저 퇴근하고 혼자 늦게까지 계속 일해야하는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고 일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아내 역시 본래는 활기 넘치는 성격이었지만, 경험해본 적도 없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거리가 먼 가게 일에는 잘 적응하지 못하고 서투른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기보다는 실수하면 매사 다그치기만 했고, 아내의 질문 하나에도 퉁명스럽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내는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점점 주눅 들었다. 이에 대하여 남편은 본인도 "정육 일을 처음 배울 때 욕먹으면서 배웠다"고 변명했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패널들의 반박이 쏟아지자 머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은영은 "부부가 살아온 삶이 전혀 다르다"라고 지적하며 "아내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살아왔다면, 남편에게는 일은 생계 유지를 위하여 비장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에 대한 가치관과 입장 차이가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아내는 그간 남편의 공격적인 태도와 말투에 쌓였던 서운함을 털어놓으며 "어디에서 뭐가 화났는지 모르겠는데 화를 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러자 남편은 자신이 화를 내는 이유가 바로 아내 때문이라며, "먼저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시작부터 날카롭게 반응했다. 남편의 오랜 불만은, 자신이 결정한 내용에 대하여 아내가 시종일관 '부정적인 피드백'만 한다는 것. 남편은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대체 뭐가 되는 거냐"고 언성을 높였다.

특히 남편은 최근 절친한 선배의 부모님 장례식에 문상을 가려다가 이를 반대하는 아내와 큰 다툼이 벌어졌던 일화를 언급했다. 그러자 아내도 발끈하며 "나는 무조건 (문상을) 가야될 이유가 없다. 조율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아기 임신했을 때도 가고, 무조건 나는 어떡하라고"라고 반박했다.

남편의 또다른 문제점은 싸움이 격해질수록 쏟아지는 온갖 거친 욕설이었다.  남편의 빈정대는 말투와 폭언에 상처를 받은 아내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오은영은 화가 나면 소중한 아내에게 서슴없이 욕설을 퍼붓는 남편의 태도를 지적했다. 에에 남편은 "평소에는 욕을 하지 않지만, 한번씩 아내가 속을 긁는 말투를 할 때가 있다"고 변명하며 아내의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오은영은 "이유와 상황이 있다고 해도 욕설은 안 된다.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은영은 부부의 가장 중요한 차이로 '속도'를 꼽았다. 오은영은 "사람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기질이 있다. 기질은 상황에 대한 반응이고, 옳고 그름이 아닌 생물학적인 특성"이라고 설명하며 '토마스&체스의 기질분류법(1977)'에 따라 부부의 기질 차이를 분석했다.

'까다로운 기질'의 남편은 에너지 레벨이 매우 높고, 변화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성향을 보였다. 반면 '더딘 기질'에 가까운 아내는 좋고 싫음을 선뜻 표현하는데 서툴렀다. 또한 하나의 목표에 도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막상 도달 후에는 깊이 있게 잘해내는 성향에 가까웠다.

오은영은 부모의 기질 차이를 예로 들며 "더딘 기질을 지닌 자녀에게, 까다롭고 부지런한 기질의 아빠가 선택을 재촉한다면? 자녀는 압박감을 느끼고 오히려 입을 다물게 되고, 아빠는 그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여 상황이 악화된다. 부부의 상황도 이와 같다. 서로의 기질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이번엔 '배달' 영업을 시도하려는 남편의 제안을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추진력이 강한 남편이 "일단 시도하고 부딪혀보자"는 스타일이라면, 아내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하자"는 입장이었다.

아내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남편의 표정은 또다시 단박에 굳어졌고, 아내는 그런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쉽게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대화가 결론을 맺지 못하고 끝나버린 뒤, 남편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아내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배달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남편이 조급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하며 일과 돈에 집착한 또다른 이유가 밝혀졌다. 남편은 아내와의 대화 중 갑자기 '죽음'을 언급했다. 남편은 "내가 이러다가 죽으면 어떡할 거냐"라고 아내에게 충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알고보니 남편은 세 살 때에 갑자기 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남편의 가족은 부친의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시달렸다고 한다. 끝내 부친이 작고한 뒤에는 홀어머니 밑에서 주변의 편견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많은 상처를 받아야했다.

남편은 "저를 스스로 지키기 위하여 조금 못되게 굴었다"며  자신의 성장환경을 설명했다. 아버지의 일로 겪었던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의 가족에게는 같은 아픔을 겪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돈을 버는데 집착하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아내는 "당신도 자식을 셋이나 낳았는데 과로하다가 쓰러져버리면? 당신의 삶이 아이들에게 똑같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며 남편의 모순을 꼬집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일을 벌여놓고서 나중에는 그 버거움에 지쳐 나에게 화를 낸다"고 지적했다. 부부는 온라인을 통한 물품 대량구매 문제로 의견이 충돌했고, 서로 다른 포인트에 꽂혀서 자신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늘어놓다가 결국 또다시 대화가 막혀버렸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서로 정말 소통이 안 된다. 핵심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부부간 대화방식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내의 핵심은 '가게 지출을 파악할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남편의 핵심은 '내가 하는 일에 왜 의심하고 반대를 하냐'이다"라고 짚었다.

특히 오은영은 남편의 문제점으로 "자신의 의견에 찬성을 안 해주면, 나와 우리 집안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심리 검사결과, 남편은 정서적 감수성 및 개방이 매우 낮아서 타인에게 비우호적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남편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결핍이 있었다. 그로 인하여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편견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남편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깊었다. 남편은 "5년 내에 아내가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좋은 환경에서 지내게 하는게 목표"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아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남편의 따뜻한 한마디, 함께 영화를 보거나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소박한 소원이었다. 아내는 "너무 외로움에 시달리다 보니까 자다가도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는 속마음을 털어놨다. 심리검사 결과에서 아내는, 결혼생활에서 남편과 정서적으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고 사랑과 애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힐링리포트를 전했다. 감정표현이 서툴고 어렵다는 아내에게는 "진심을 먼저 말하기. 마침표를 찍고 대화를 시작하기"를 제안했다. 오은영은 "부부간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며 아내를 격려했다.

또한 남편에게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하여 욕설은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은영은 조급하게 성공만 바라보고 달리는 남편을 위하여 "인생은 마라톤이다. 시간을 길게 잡고 문제를 바라보라"는 조언을 전했다.

오은영은 부친의 경험으로 인하여 유전적인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남편에게 "DNA는 과학이다. 지금은 건강검진을 통하여 주요한 질환들을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이어 "남편의 마음 속에는 죽음에 대한 큰 두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에 대비하느라고 '죽을 만큼 괴롭게 일을 한다?' 이것은 문제가 있다"고 깨우쳐줬다.

마지막으로 오은영은 "가족의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조언을 전하며 부부에게 당장의 돈보다 더 가치있는 행복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친 남편은 지난 10년간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며 아내에게 "더 잘할게, 사랑해"라고 못다한 진심을 전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아내도 "우리 가족을 위해서, 우리 둘을 위해서 행복하게 즐겁게 살아요"라며 화답했다. 서로의 기질 차이를 이해하게 된 부부는 앞으로는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하여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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