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인대 끊어졌는데 "괜찮다 가라"…군의관 공포의 3분 진료 [사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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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병원 “괜찮다”, 민간병원 “인대 파열” 진단
20대 남성이 군 복무 당시 자신을 진료했던 군의관을 고소했다. 이 남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공명촬영(MRI) 등 정밀검사 요구를 거부한 데다 ‘화끈거리고 따갑다’고 진술했음에도 진단서에 통증을 ‘0’으로 기재한 게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군의관의 허위진단 때문에 부대에 복귀해 훈련에 참여했고, 다친 손가락이 악화해 인대가 파열되는 상해를 당했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노모(28)씨는 지난해 7월 국군양주병원 군의관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과 국군의무사령부 등에 따르면 노씨는 경기도 연천군 한 육군 부대 소속이던 2022년 12월 25일 부대에서 손가락을 다쳤다. 이날 중대원들과 풋살 경기중 골키퍼를 보다가 날아오는 공에 맞아 오른손 검지가 꺾였다. 사고 직후 손가락이 퉁퉁 부어 굽혀지지 않았고, 통증이 심했다고 한다. 자대에서 임시 진료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노씨는 지난해 1월 3일엔 사단 의무대를 방문해 추가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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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병인데 군의관은 ‘손 쓸 일 별로 없겠네’”
노씨는 양주병원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지난해 2월 혹한기 훈련과 3월 한미연합 군사연습에 참여했다고 한다. 상태는 악화했고, 4월 초 휴가를 나와 대전과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했다. 그제야 손가락 측부 인대가 파열됐고, 뼈마디 연골손상(골결손)까지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곧바로 민간병원에서 끊어진 인대 재건술을 받았다. 노씨는 “인대가 망가진 상태에서 훈련을 받다 보니 뼈와 뼈가 부딪히면서 골결손까지 진행됐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양주병원에서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노씨는 “사단에서 첫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당시 사단 군의관이 ‘뼈에 큰 특이사항은 없으니 4주 동안 약을 먹어 보고, 통증이 지속하면 상급 군 병원에서 MRI 촬영 등 정밀진단을 받아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손가락을 다친 뒤부터 검지가 덜렁거리고,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없었다”며 “양주병원 군의관 A씨에게도 이런 증상을 호소했지만, MRI는커녕 기본적인 엑스레이 촬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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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촬영도 안 해” 전역 후 군의관 고소
노씨는 “상해 후유증으로 손가락이 뻑뻑하고, 붓는 느낌이 지속한다”며 “환자의 정당한 진료 요구를 묵살한 군의관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국군의무사령부는 "A씨 진단·처방이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의무사령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께 감찰 조사한 결과 군의관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A씨가 진료한 환자를 면담해 보니 평소 업무 태만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씨 아버지(60)는 “군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단 말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들이 전역했지만, 군 의료 제도를 개선하고자 군의관을 고소하게 됐다”고 했다.
이 사건은 군사경찰을 거쳐 현재 군 검찰이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노씨 부친은 “지난해 4월 휴가 나온 아들 손가락을 보니 관절이 불룩 튀어나와 있어 급하게 민간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며 “양주병원은 후송 온 병사를 어떻게 치료할지 결정하는 군대 내 상급의료기관임에도 진료를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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