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공의 떠난 병원, 절박한 환자들…"누굴 원망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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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곳을 찾은 환자 가족 최모씨(32)는 "전공의들이 병원에 나오지 않는다는 뉴스는 봤다. 아버지 검사가 많아서 혹시라도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찍 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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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제때 못받을까 발동동
수술 앞둔 환자들도 애간장
"환자만 약자" 비판 목소리
2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곳을 찾은 환자 가족 최모씨(32)는 "전공의들이 병원에 나오지 않는다는 뉴스는 봤다. 아버지 검사가 많아서 혹시라도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찍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진료는 오전 8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병원은 진료 시간보다 훨씬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병원 진료에 관한 불안감이 환자들을 서두르게 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서면서 혼란 상황은 현실이 됐다.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할까 애를 태우는 모습이었다. 상당수 환자와 보호자들은 전공의 사직서 제출 사태를 인지하고 있었다.
1층에서 휠체어에 앉아있던 유모씨(76)는 "전공의들이 없다고 해서 걱정은 되는데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환자들이 약자지 않냐"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동에서 만난 박모씨(39)는 "어제도 아이 몸에 심어진 장치를 제거하러 갔는데 간호사와 전공의 간 통화가 안 돼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며 "보호자들은 간절하게 그분들 믿고 치료받는 건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식을 앞둔 어린 환자의 보호자인 유모씨(40)도 "(전공의들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교수님이 어디까지 커버하실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전공의들이 기본적인 것들을 다 해주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아침 일찍부터 병원을 찾은 이영난씨(67)는 "신장 때문에 동네 병원을 갔다가 소견서를 써줘서 대형 병원 중 가장 빠르게 진료받을 수 있다는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신장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전공의 파업과 시기가 맞물려서 마음이 타들어 간다. 일단 무작정 기다려보려고 오전 7시부터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전날부터 전공의들의 무더기 사직서 제출 소식이 알려진 탓에 집단행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은 검진 환자들이 대다수였다. 전날에는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가득 차 오전부터 추가 접수가 되지 않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암센터 접수과 앞은 전날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는데, 대기하는 이들은 사전에 검진이 예약된 환자와 보호자가 전부였다. 60대 보호자와 대기 중이던 박모씨(30)는 "어제 600명 넘게 사직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사전에 잡힌 검진이라 취소 연락이 온 건 없다"면서도 "그래도 혹시 몰라 오전 8시30분이 접수 시작인데 1시간 일찍 왔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언짢은 기색을 내비친 환자들도 있었다. 이모씨(69)는 "나야 6개월 간격으로 정기검진받으러 오는 거라 걱정이 크게 없었지만 수술이 있거나 절박한 사람들은 초조할 것 같다"며 "국민들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이번 사안이 정치적으로 변질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목숨을 담보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소속 전공의 총원의 55%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이 근무 병원을 떠났다. 의사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수술 취소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진료거절 3건, 입원지연 2건 등 총 34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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