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기 손으로 자기 몸에 주사를 놓습니다
[김애리 기자]
5년 전 소방관으로 근무했을 때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가 저혈당에 빠져 출동한 적이 있다. 아이의 이마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피로감을 호소했다. 혈당 수치를 확인한 결과 저혈당이었다. 병원 의사에게 의료 지도받아 혈당을 투여했다. 혈당을 투여하자 아이의 상태는 회복되었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구급차에서 아이의 상태가 나아져서 보호자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아이가 소아당뇨를 앓고 있으며 초등학교에서 인슐린 주사를 놓아줄 선생님이 안 계신다고 했다. 부모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법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아이 혼자 투여해야 한다는 사실도 안타까웠다. 보건 교사에게 인슐린 주사 투약을 의뢰할 수도 없다. 이유는 보건의료 법상 의료행위는 의사만 가능하기 때문이고 학교에 의사가 있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인슐린 주사를 놓는 것은 의료법상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투약하거나 인슐린펌프로 주사를 맞는 방법이 최선이다.
▲ 혈당 확인 기구 |
ⓒ 펙셀 |
지난 1월 9일 오전 7시경 충남 태안에서 한 부부가 8세 소아당뇨병을 앓고 있는 딸과 자살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딸이 아파서 힘들고 마음이 아프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가슴이 미어져 터질 것만 같았다.
당뇨병은 무엇일까? 우리가 먹는 탄수화물, 즉 밥을 먹으면 몸속에서 포도당으로 분해 되고 혈관으로 흡수되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한다.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되더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포도당이 혈액 속에 많아지는데 이런 현상을 당뇨병이라고 부른다.
소아당뇨병은 성인 당뇨병과 진단 기준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소아 1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능력이 없어 음식 섭취량에 따라 인슐린 주사를 통해 혈당을 조절해야 하고 성인의 경우 2형 당뇨병으로 상대적으로 인슐린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을 말한다.
매일 혈당을 측정할 때마다 손끝을 날카로운 바늘로 찔러야 할 때면 아이도 부모도 긴장되고 식은땀이 흐른다. 매일 측정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제1형 당뇨병은 매일 인슐린을 맞아야 한다. 8살 아이가 수시로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집에서 인슐린 당뇨 주사기를 챙겨와 미세하게 용량을 조절하며 자기가 주사를 놓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펌프와 혈당 측정 소모품에 대해 건강보험을 일부 적용해 도움이 됐지만 치료비 부담은 역시 크다. 소아당뇨 환자들이라고 인슐린펌프를 전부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싼 가격 때문이다. 국내 판매되는 인슐린펌프의 가격은 260만 원에서 550만 원에 이른다. 일반 가정에서 사들이기에는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그와 별도로 채혈침, 주입 바늘을 구입해야 한다. 당뇨를 일부 가족의 문제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사회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첫째, 국가가 나서서 건강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부담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가중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료로 지원한다고 해도 지원받기까지의 과정이 까다로워서 당뇨 환자와 보호자가 지원받을 수 있게 의료보험의 구조적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보건의료법상 제도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투약하라고 무책임하게 미룰 게 아니라 보건의료 교사가 투약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인식 또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당뇨병에 걸렸다고 하면 오해와 편견으로 아이와 부모를 바라보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했다. 이해하고 관리해야 하는 당뇨병은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가 편견 없는 세상에서 자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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