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불안정과 싸우는 필수 돌봄 노동자들

장영우 2024. 2. 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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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 인터뷰

[장영우]

이 인터뷰는 지난 1월 10일 진행했다. 인터뷰 후인 2월 5일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지조례안을 발의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설립 취지와 달리 "공적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으로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후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공적 돌봄 기관을 없애려는 폐지조례안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 기자주 

2025년 우리나라 65세 인구는 20.6%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에 맞추어 돌봄노동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그동안 주로 민간과 시장에 맡겨 공급해 온 사회서비스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려고 각 시·도에서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돌봄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처우개선, 고용안정 등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전문성 및 투명성을 높이고, 서비스 질을 제고한다는 게 정부의 당초 의도였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 정부 예산안에 시도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에 더해, 사회서비스원 표준 운영 지침을 대폭 개정하여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아동·노인·장애인에 대한 공적 돌봄이 앞으로 더 축소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현장의 목소리 코너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아래 서사원) 오대희 지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마포에 위치한 서사원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그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약 10년간 근무를 했고, 지금은 서사원에서 노조 지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
ⓒ 장영우
 
- 정부에서 서사원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는데 고용 상황은 어떤지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재작년에 23년 운영예산을 100억 원 이상 삭감했습니다. 23년에 운영예산이 바닥난 일까지 생겼고, 결국 유보금 사용은 승인되어 해산은 면했습니다. 그리고 24년 운영예산은 다시 또 8개월치 운영비인 100억 원만 승인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불안하지요.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퇴사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서사원 운영이 방만하다'고 주장하며 예산도 삭감하고 혁신안도 요구하는데 지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민간에서 행하는 돌봄 서비스는 시급제 형태로 이용자들의 바우처를 통해 수익을 기관과 노동자가 나누는 구조인데 종종 부정 수급이 문제가 됩니다. 우리는 월급제로, 이용자들의 바우처를 통해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운영비와 인건비가 분리되어 운영되기 때문에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민간이 주도하는 돌봄에서는 열악한 종사자 처우와 이로 인한 서비스 질 문제가 심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고용안정과 처우가 개선되어야 직업의식도 갖게 된다고 봅니다.

그동안 민간의 열악한 돌봄노동에서 공공이 좋은 일자리로 좋은 돌봄을 만들겠다는 것이 당초 서사원의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와 서울시는 민영화 기조로 서사원의 예산을 대폭 삭감해버렸습니다. 예산을 삭감해놓고 경영의 어려움을 해소할 혁신안을 오히려 우리에게 요구했습니다. 지금 그만둔 전 서사원 대표가 혁신안을 처음 제출했는데요. 혁신안의 주 골자가 우리가 직접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문을 민간으로 전환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기존에 어르신, 장애인 돌봄을 담당하던 종합재가센터 12개가 5개로 통폐합되었고, 어린이집 1곳과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 후 활동서비스, 방문간호 등 일부 주요 사업들은 종료되었습니다.

서사원에서 2020년부터 서울시 내 7개 국공립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했는데 혁신안에서는 어린이집도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서사원 송파어린이집 운영이 중단되었고 일하던 대다수 직원은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알리고 막아보고자 공공보육 노동자들이 작년 10월 전면파업을 했어요. 현재 서사원 어린이집 운영 중단 논의는 하지 않고 있지만, 혁신안은 변함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는 임금체계 개선을 핵심 과제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악인데요. 근로계약 및 취업규칙에 따라 하루 8시간 일하는 게 당연한데 이걸 6시간으로 줄이라는 거예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여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2022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산하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원장으로부터 성적 괴롭힘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도 전보를 가야하는 상황에 대해 지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이다.
ⓒ 오대희
 
- 민간에서 행하는 돌봄서비스와 서사원의 돌봄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여러 가지가 다른데요. 앞서 언급했듯이 월급제로 운영되는 점이 있고 우리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방문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용자의 경우 신상을 잘 알지 못하고 방문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 시스템이 선순환이 되면 여러 유형의 이용자들을 만나면서 경험이 축적되고 전문성이 쌓일 수 있겠지요. 나아가 제도적으로 서비스를 표준화하여 다양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델입니다.

우리는 민간에서 기피하거나 어려워하는 이용자들, 예를 들어 치매환자, 와상환자, 중증 장애인들의 돌봄서비스 제공을 요구 받습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도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자체 교육과 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의와 교육 시간, 원거리 돌봄을 위한 이동 시간도 근무 시간에 주요하게 포함됩니다. 이렇게 공공성, 전문성, 투명성을 위해 노력하기에 평시 돌봄에서도 민간기관과 질적 차이를 보이며 보건복지부평가에서 항상 A 평가를 유지했습니다.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정방문을 하여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경영진은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여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나를 지켜준다는 신뢰, 안심을 주어야 합니다. 저는 공식적으로 사전에 사례회의 등 안전한 지원을 위해 정보공유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이용자라고 현장에서 판단하면 2인 1조로 배치하는 등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 노동안전에 대해서는 최근 현장의 변화가 있는지요?

"이제까지 돌봄 노동은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현장 안전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현장 안전은 개인에게 맡겨진 거였지요. 현장에서 이용자와 대면 접촉하면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현장의 권리 침해 요소들에 대해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경로가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라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위원회가 설치조차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진정을 제기했는데 사측이 과태료를 물고 4년이 지나서야 산보위가 설치되었습니다. 작년 중순부터 현장의 안전 관련하여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매뉴얼대로 일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용이 아직 미흡합니다. 개인적으로 위험성평가도 현장 중심으로 평가하여 그 수준을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해결된 사안이 있나요?

"작년 6월에 산보위 설치가 되어서야 이후 현장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3분기에는 현장 안전에 대해 돌봄노동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고, 4분기 산보위에서는 우리 목소리가 반영된 부문이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의자가 낮아, 허리를 굽히는 작업이 많은데 자세 보완 보급품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서이초 사건의 경우처럼 학부모 폭언과 갑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책으로 녹음장비를 제공해달라고 요구 했습니다. 재가 방문할 때는 일대일 서비스라 녹음이 가능하지만 다수의 학부모를 상대로 녹음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녹음 장비 수요도 확인하겠다고 했고요.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이 방문 전 이용자의 안전 관련(폭력성, 위험환경 등) 사전 정보를 체크리스트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보급하겠다는 답변도 산보위를 통해서 받았습니다."

- 노동조합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나 계획에는 무엇이 있나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지금은 인력 충원이 안되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돌봄의 핵심은 사람인데 예산이 감축되다 보니 인력 충원을 요구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인력이 부족하니 휴가를 쓰면 서로 눈치 보고, 화장실을 제때 못가 방광염이 생기기도 합니다. 2인 1조로 매뉴얼을 만들어서 안전을 도모하고 싶은데 이 또한 인력이 필요합니다. 돌봄 인력은 미래에 더 필요한데 지속 가능하려면 돌봄의 전문성이 제대로 인정되어 좋은 일자리로 최소한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이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정부가 요양보호사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명찰 녹음기를 보급할 예정이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근본적인 예방 대책은 아니지만, 명찰 녹음기는 우리 서사원에 이미 보급되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사원이 안전과 돌봄의 수준을 높이며 전체 돌봄노동자 처우를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4년 2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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