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글로벌파운드리스에 2조 보조금…삼성·TSMC도 받을까

김형구 2024. 2. 2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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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장관 지나 러몬도)는 1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자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 파운드리스의 뉴욕주ㆍ버몬트주 신규 설비ㆍ투자 증설을 위해 15억달러(약 2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예비협약(PM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8월 30일 중국 상하이의 보잉 상하이 항공서비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19일(현지시간)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 조치를 발표했다. 2022년 자국 내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한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제정 이후 세 번째 지원인데, 1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과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지원안 발표가 곧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상무부는 이날 미 반도체 기업 글로벌 파운드리스의 뉴욕주·버몬트주 신규 설비·투자 증설을 위해 15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예비협약(PM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반도체는 현대 기술의 두뇌”라며 “이번 지원으로 반도체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미 공급망을 강화하며 미국 내 수천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반도체 부족으로 소비자 가격이 오르고 자동차 제조 공장이 문을 닫았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법에 따라 필수 국내 칩 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파운드리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토마스 콜필드는 “이번 지원은 미국 반도체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과 회복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미국 상무부(장관 지나 러몬도)는 19일(현지시간) 자국 반도체 기업 글로벌 파운드리스에 15억달러(약 2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예비협약(PM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 뉴욕주 몰타에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스 공장. AP=연합뉴스


10억 달러 넘는 대규모 지원은 처음


미 정부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반도체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0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법을 제정했다.

이날 발표는 ▶군용기용 반도체를 만드는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에 대한 3500만 달러(약 465억원) 지원(지난해 12월 발표)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에 대한 1억6200만 달러(약 2155억원) 지원(1월 발표)에 이은 세 번째 발표다. 상무부는 “올해 내내 추가 지원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대규모 보조금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안 발표가 곧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사옥에 전시된 삼성전자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미 정부가 대규모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안 발표가 곧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보조금 등 지원에 600여 개의 관심성명이 제출됐고 160여 개의 신청서가 접수된 상태다.

후속 지원안 발표는 내달 7일로 잡힌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연설 전후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11월 대선에 출마한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함께 반도체법을 자신의 주요 경제분야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국정연설 이전에 보조금 지원을 발표한 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국정연설에서 홍보할 수 있다.


업계 “보조금 확대 등 ‘반도체법 2’ 필요”


다만 수면 아래에선 미 정부와 반도체 업계 간 치열한 샅바싸움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TSMC 등 반도체 업계는 보조금 지원 규모 및 공장 운영 등과 관련된 실질적 지원 확대 등을 담은 ‘반도체법 시즌2’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 보조금을 믿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웠다가 인력난과 현지 물가 상승 등 어려움으로 경제성이 맞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을 상쇄할 만한 충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대만 TSMC 등 반도체 업계는 보조금 지원 규모 및 공장 운영 등과 관련된 실질적 지원 확대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대만 북부에 있는 TSMC 본사 사옥으로 한 직원이 들어가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TSMC가 지난해 여름 현지 근로자들의 전문성 문제를 들어 미 애리조나 제1공장 양산 일정을 2025년으로 미룬 데 이어 지난달에는 연방정부 자금 지원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제2공장 생산 시점을 2026년에서 2028년으로 늦춘 것도 이 같은 복잡한 사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이와 관련, 19일 뉴욕타임스(NYT)는 “TSMC 등의 미국 내 확장 계획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반도체법 취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요건에 들어 있는 ‘초과이익 공유제’도 기업 입장에선 걸림돌로 꼽힌다.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초과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밖에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국가안보기관의 접근 허용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10년간 중국 등 우려 대상국에 대한 반도체 공장 증설 제한 등 요건도 독소조항으로 지적돼 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 정부와 반도체 업계 간 적절한 조율을 거쳐 반도체 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이 나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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