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아이디어 탈취?…직접 제재·행정구제 강화”

대전=정일웅 2024. 2. 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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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B사에 사업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의 세부 내용을 제공했다.

A씨처럼 아이디어를 탈취당한 피해자에게 특허청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를 토대로 특허청은 오는 8월부터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기술 거래과정에서 아이디어가 탈취됐을 때 가해 기업 등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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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경법 개정안 공포돼 8월부터 시행
아이디어 탈취에 특허청 제재 실효성 확보
‘시정권고→시정명령’, 과태료 부과 등 가능
행정조사 결과를 민사소송 증거로도 제출
약자 기업의 아이디어 탈취 피해 예방 기대

A씨는 B사에 사업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의 세부 내용을 제공했다. 하지만 협상은 최종 결렬됐고, 이후 B사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유사한 형태로 활용하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사업제안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세세하게 노출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아이디어 탈취 피해 구제를 위한 기술전문가를 찾기 어려웠고, 민사소송을 하더라도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되레 소송비용만 떠안게 되는 것이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A씨처럼 아이디어를 탈취당한 피해자에게 특허청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허청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 개정안이 20일 공포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아이디어 탈취와 유명인의 성명·초상 등 퍼블리시티 침해 및 상품 형태 모방 등 부정경쟁 행위에 특허청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납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토대로 특허청은 오는 8월부터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기술 거래과정에서 아이디어가 탈취됐을 때 가해 기업 등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아이디어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기업은 기술 전문성을 가진 특허청의 시정명령 결과를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활용할 수 있게 된다. 증거수집에 한계를 가진 개인과 소규모 기업이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기존에도 특허청은 부정경쟁행위에 대해 행정조사를 실시하고, 위반 행위를 발견(인정)했을 때는 시정권고를 할 수 있었다. 다만 시정권고는 그 자체로 ‘권고’에 불과해 산업현장에서 부정경쟁행위를 예방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권고만으로는 제재에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같은 이유로 산업현장에선 중소·스타트업계를 중심으로 특허청이 기술 심판자로 직접 나서 기술탈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개정안은 이러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이뤄졌다. 기술탈취 상황을 신속하게 중지시킬 수 있도록 특허청에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처분 권한을 부과해 행정적 구제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특허청의 조사결과가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게 한 점은 개정안에 의미를 더한다. 개정안은 ‘법원이 요청하는 경우 조사기록 일체를 법원에 증거로 제공하는 절차’를 담고 있으며, 당사자가 특허청 행정조사 기록을 직접 열람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한다. 이는 행정조사 결과를 민사소송에서 활용하지 못해 증거확보가 어려웠던 점을 개선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특허청은 강조했다.

정인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앞으로 피해 기업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특허청의 시정명령 결과를 유력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곧 행정조사 결과가 소송에서 갖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허청은 부경법의 주무부처로서 아이디어와 유명인의 성명·초상 등에 부당하게 편승하는 행위를 방지, 건전한 거래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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