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숨은 마약 찾기…하루 22만건 샅샅이 뒤진다"
엑스레이·전문조사팀·마약탐지견 등 겹겹이 조사
물동량 대폭 늘어나…일손 부족은 풀어야 할 숙제
"하루 22만건씩 들어오는 물건 단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살펴봅니다."
지난 14일 오전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내 엑스레이 판독실은 일종의 전운이 감돌았다. 국내로 반입되는 모든 특송화물은 이곳을 피해 넘어갈 수 없다. 밀수된 마약, 위조 명품 등 조금이라도 수상한 부분을 감지하고 걸러내는 일종의 1차 관문이다.
판독실 벽을 둘러싼 수십 개 화면에 비치는 영상을 약 40명의 엑스레이 판독팀 직원들은 숨죽여 주시했다. 이곳에선 작은 소음도 찾기 힘들다. 몇초 만에 지나가는 영상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기 위해서는 고조된 집중력이 필요하다. 수십 명이 모인 이 공간에선 숨죽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관세청의 다른 직무 직원들은 여느 공무원처럼 순환 보직이 원칙이지만 엑스레이 판독실 인력은 근무지를 옮길 뿐 직무는 바뀌지 않는다. 그만큼 '베테랑'의 영역인 셈이다.
최근 들어 물동량도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긴장감도 함께 짙어졌다. 특송물류센터의 일평균 물동량은 2022년 16만5000건에서 지난해 21만9000건으로 32.7% 급증했다. 윤연미 특송통관1과 엑스레이 판독실 주무관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의 물량이 급격히 몰리면서 하루 동안 들여다봐야 하는 물건의 양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그렇다고 수십만 건에 달하는 이 물건들을 일일이 열어보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엑스레이 판독실이 정확한 관문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독실에서 의심스럽다고 지적한 화물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센터 3층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선 마약을 전문적으로 탐지하기 위해 꾸려진 정보분석팀이 보다 정밀한 검사를 진행한다. 일단 모든 포장을 벗겨 내용물을 확인한다. 최근 들어 더욱 수법이 교묘해진 만큼 직원들도 더욱 신중해졌다.
조주성 정보분석팀장은 "과거에는 다른 물건에 소량씩 숨겨서 들여오는 추세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보다 대담해졌다"며 "각종 용기에 정상 물품인 것처럼 대량으로 담아 들어오곤 하기 때문에 적발 건수 대비 적발 중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마약 적발 건수는 2021년 890건 이후 2022년 652건, 2023년 567건 등으로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적발된 마약 중량은 같은 기간 386㎏에서 662㎏으로 늘었다.
포장을 뜯었음에도 육안과 촉각, 냄새 등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물건은 각종 장비를 동원해서 분석한다. 마약 성분이 묻어있으면 예민하게 판독해내는 이온스캐너가 대표적이다. 조 팀장이 탐지 약품을 장비에 묻혀 택배에 비빈 뒤 이온스캐너에 갖다 대자 5초 만에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의심되는 물건들은 마약탐지견도 동원한다. 잠시 후 일단의 의심스러운 화물 무더기를 향해 마약탐지견 '딜론'이 꼬리를 흔들며 달려든다. 0.5g 극소량 마약도 찾아낼 정도로 발달하고 훈련된 딜론이 삽시간에 물건들을 훑는다. 단숨에 마약의 냄새를 찾아내기 때문에 30분 정도만 둘러봐도 다량의 화물을 살펴볼 수 있다. 마약탐지견과 함께 근무한 지 20년이 넘은 박동민 마약조사1과 주무관은 "마약탐지견들은 밀봉한 대마초를 삼켜서 들여온 외국인의 항문에 남은 희미한 냄새까지 추적해서 잡아낼 정도로 후각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마약밀수 특별대책 추진단'을 꾸리고 마약과의 전쟁에 한창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손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동량은 급격히 늘어나지만 공무원 조직 특성상 그에 맞춰 인력을 빠르게 충원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세관에서 근무 중인 통관 검사 현장 인력은 180명 정도다. 최근 마약 밀수와 화물량이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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