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가 영업사원'들의 경쟁

김필수 2024. 2. 2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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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8월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폐막식.

"고 아베 총리는 공관에서도 '영업'을 했다. 해외투자기관 대표들을 초대해 직접 프리젠테이션(PT)을 하며 'Buy Japan'을 호소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공관으로 연기금, 펀드 등 해외투자기관 대표들을 초대해 직접 PT를 하며 국가 투자설명회(IR)을 진행했다".

일본을 휩쓴 행동주의펀드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공습할 것이란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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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8월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폐막식.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깜짝 등장했다. 2020 도쿄올림픽 홍보를 위해서였는데 속된 말로 대박이 났다.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슈퍼마리오로 분장한 게 홍보효과를 극대화한 신의 한수였다.

한 행동주의펀드 대표의 전언이다. “고 아베 총리는 공관에서도 ‘영업’을 했다. 해외투자기관 대표들을 초대해 직접 프리젠테이션(PT)을 하며 ‘Buy Japan’을 호소했다”. 물밑에서 치열한 발차기를 하고 있었던 셈인데, 잠시 물 밖으로 발을 드러낸 게 리우에서의 ‘아베 마리오’라 할 수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전임 아베 총리와 판박이다. 이달초 만난 한 연기금 투자책임자(CIO)의 말이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공관으로 연기금, 펀드 등 해외투자기관 대표들을 초대해 직접 PT를 하며 국가 투자설명회(IR)을 진행했다”.

이렇게 잃어버린 10년, 20년, 30년을 견뎌낸 일본은 지금 기세등등하다. 니케이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구인난을 호소할 정도로 실업률도 낮다. 요행이 아니다. 아베 때부터 ‘세 개의 화살’(양적완화, 재정확대, 규제완화)을 ‘경제 부흥’이라는 과녁에 쏘기 시작했다. 정책을 승계한 기시다는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에 초점을 맞춘 증시 부양책을 추진하며 주가 불기둥을 이끌어냈다.

일본과 더불어 최근 국가IR을 진행한 또다른 나라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다. 역시 해외투자기관 대표들을 초대해 ‘Buy 사우디’를 호소했다는 전언이다. 두 국가의 IR 모두 돈 냄새에 민감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판을 짰다.

한국에 ‘엑스포 유치 실패’ 고배를 안긴 사우디는 ‘비전 2030’에 맞춰 2030년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 완공 및 엑스포 개최에 모든 국가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오일달러를 뿌리는 동시에, 전세계의 투자도 빨아들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두 국가의 선봉에 '일본주식회사 영업사원 기시다', '사우디주식회사 영업사원 MBS(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다. 누구는 비꼬지만, 이런 의지의 표현도 중요하다. 기업총수들을 대동하는 대통령의 잦은 해외순방도 삐딱하게 볼 일만은 아니다. 한 대기업 사장은 “동행하는 기업총수들이 순방국의 장관급 인사들을 자연스럽게 대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들어서만 거래소를 두 차례 방문하며, 한국 주식시장 '영업'에도 나섰다. 일본 증시부양책을 본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오는 26일 발표된다. 시장의 기대가 크다. 일부 걱정이 있기는 하다. 일본을 휩쓴 행동주의펀드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공습할 것이란 우려다. 물론 이들의 무리한 요구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막을 일도 아니다. 그동안 주주이익을 소홀히 한 한국 기업들이 부지기수여서다.

싹수가 보이면 고수들이 먼저 알아본다. 눈 밝은 워렌 버핏이 괜히 발빠르게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선매수했을까.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주식시장 영업실적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시간을 두고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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