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도시개발 시행사 삼계개발, 만기 차입금 ‘채무불이행’

임정수 2024. 2. 2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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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ABSTB 상환 불발…부도등급 'D'로 하향
2000억 차입금 크로스디폴트
태영건설 "대주단과 사업장 자구안 협의 중"

태영건설이 경남 김해시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시행법인 ‘삼계개발’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처했다. 지난주 만기 도래한 84억원 규모의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차입금에 보증(채무인수)을 선 태영건설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당장 ‘우발채무’에 대한 상환 책임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 등이 삼계개발에 빌려준 수천억 원어치의 차입금까지 동반 디폴트에 들어갔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계개발은 지난 15일 만기 도래한 차입금 상환에 실패했다. 특수목적법인(SPC)인 ‘빅게이트제일차’에서 빌린 대출 중 지난주 만기 도래한 84억원어치의 대출 상환이 불발됐다. 내달 초 만기 도래하는 416억원의 대출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계개발이 해당 SPC에서 빌린 대출은 총 500억원 규모다.

태영건설은 삼계개발이 대출받는 과정에서 SPC에 자금보충 및 채무인수 약정을 제공했다. 삼계개발이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유동성이 없으면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채무를 인수해 삼계개발 대신 원리금 상환 책임을 지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이다. 하지만 태영건설은 현재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당장 특정 사업장의 차입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은 SPC가 삼계개발에 빌려준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PF ABSTB)의 신용등급을 기존 ‘C’에서 ‘D(Default)’로 떨어뜨릴 예정이다. D등급은 보통 채무불이행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에 메기는 등급으로, 신용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삼계개발 채무는 워크아웃으로 채무 상환이 유예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부도에 준하는 등급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대주단에 따르면 일부 차입금의 채무불이행으로 금융회사 등이 삼계개발에 빌려준 약 2000억원의 대출이 교차채무불이행(크로스디폴트) 상황에 들어갔다. 크로스디폴트는 특정 차주가 만기 도래한 일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해당 차주가 빌린 나머지 차입금 전체를 채무불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당좌거래 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IB 업계에 따르면 삼계개발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 대주단에는 IBK투자증권(300억원), IBK캐피탈(150억원), IBK저축은행(100억원), BNK투자증권(300억원) 등의 금융회사와 태영건설을 비롯한 태영그룹 계열사가 포함돼 있다. 대주단 관계자는 "삼계개발이 만기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삼계개발의 전체 차입금이 자동으로 크로스디폴트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태영건설은 경남 김해시 삼계동 산288 일원 부지에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을 벌이기 위해 삼계개발을 설립했다. 태영건설이 직접 지분을 출자한 자체 사업이다. 현재 태영건설과 에이원항공이 지분 50%씩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삼계개발은 2026년 6월까지 해당 토지에서 토석 채취장(채석장) 사업을 하다가 도시개발 사업 인허가를 받아 아파트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계개발은 토지 확보를 위한 1650억원 규모의 브리지대출을 받았고, 태영건설도 사업비 명목으로 삼계개발에 290억원을 대여했다.

태영 측은 삼계개발 대주단과 협의해 사업장 자구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태영건설 관계자는 앞서 채무불이행 상황에 처한 광명역세권 개발 사업과 관련해 "시행사 차입금의 경우 사업장 시설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삼계개발에 대해서는 현재 대주단과 (사업장 매각 등의) 자구안에 대해 협의 중이며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IB 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시행사가 디폴트에 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주단이 개별 사업장의 사업성을 판단해 추가 자금을 투입할지, 사업 재구조화를 할 지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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