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한 잔" 韓에 푹 빠진 미국인…중국인 빈틈 채웠다
2019년→2023년 지출 급증 국적 보면
미국·일본·대만·영국·태국 순으로 많아
카페·즉석사진 등 서울 성수동 매출 1위
미군 부대 주둔 영향 경기 평택도 소비↑
부산도 BTS 팬덤에 관광지 인기…‘북적’
코로나19 기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한 가운데 K팝, K푸드 등 K콘텐츠를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인들이 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인들이 지갑을 열던 서울 시내 대형 백화점·면세점 외국인 매출이 급감한 사이 미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영국, 태국 등 매출 증가 상위 5개 국적 외국인들은 주로 서울 성수동, 여의도, 부산 등에서 맛집, 쇼핑, 체험 활동을 하는데 지갑을 열었다.
20일 아시아경제가 BC카드에 의뢰해 외국인 관광객 소비 트렌드 집계에 활용된 국적·지역·업종별 외국인 매출 및 사용처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국내 소비를 가장 많이 늘린 국적은 미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비중은 2019년 6%에 불과했지만 2023년 19.8%로 13.8%포인트 늘어나 상위 5개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미국에 이어 일본(7.7%포인트), 대만(5.7%포인트), 영국(2.4%포인트), 태국(2.3%포인트)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반면 2019년 66.5%를 차지했던 중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 15.7%로 급감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 여행 통제 정책을 진행한 영향이다. 지난해 4분기 중국인의 한국 여행길이 뚫리기 시작했어도 아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인들이 지난해 가장 많이 지갑을 연 업종은 음식점(커피포함)과 백화점·면세점이지만, 2019년 대비 지출이 급증한 업종은 유흥이다. 주점 등을 포함하는 유흥 업종은 전체 미국인 매출에서 5.1%를 차지해 2019년 2.4%보다 두 배가량 높아졌다. 일본인의 경우 마트 비중이 2019년 5.2%에서 2023년 10.3%로 가장 많이 늘었다. 반면 화장품 매출 비중은 2019년 7.4%에서 2023년 4.3%로 반토막 났다. 대만인은 음식점, 백화점·면세점 매출 비중이 각각 8.7%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결제 건수의 71%를 차지한 서울 매출을 분석한 결과 성수동(성동구, 973%↑), 여의동(영등포구, 479%↑), 한남동(용산구, 429%↑)이 2019년 대비 급증했다. 성수동은 카페와 음식점, 의류·잡화 판매점, 체험공간(즉석사진·노래방 등)이 밀집한만큼 K콘텐츠를 경험하러 온 외국인들의 지출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의동은 매출 비중이 2019년 1.7%에서 지난해 10.9%로 10.2%포인트나 급증했다. BC카드 관계자는 “서울 중구 백화점·면세점 업종 매출은 줄었지만, 여의동은 더현대서울(현대백화점) 개관에 따라 매출이 늘어난 것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면세점이 밀집한 중구 소공동과 송파구 잠실3동은 같은 기간 매출 건수가 각각 90%, 88% 급감했다. 장충동도 2019년 대비 77% 줄었다.
한남동은 업종에 따른 매출 비중 변화가 컸다. 외국인이 주로 찾는 신규 상권지 중 음식점 비중이 14.1%로 가장 큰 곳이지만, 2019년 40%에 비해 크게 쪼그라들었다. 반면 쇼핑 매출 비중이 80% 가까이 차지하는 '쏠림' 현상을 나타냈다.
경기 지역 매출 건수는 서울 대비 각각 7%(2019년), 10%(지난해)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군 부대 주둔의 영향으로 평택 지역 2곳의 매출이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식음료 업종을 차지했으며, 경기도 내 매출 상위 업종 역시 주점이 2019년 1.6%에서 지난해 11%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부산지역도 경기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동수단(철도, 고속버스, 택시 등)의 지난해 매출은 다른 업종보다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BC카드 관계자는 “방탄소년단(BTS) 팬덤으로 다양한 관광지(감천문화마을, 금정산 등)도 덩달아 관심을 받아 KTX 매출과 부산 내 다양한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 개인 관광객들의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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