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조국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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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겨냥해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과제는 "한 줌 정치검찰이 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독재를 바로잡고 소수의 정치검찰로부터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운동을 하려는 정당, 그런 운동을 비난하는 것은 헌법 가치에 반한다"고도 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자가당착과 이율배반적인 그의 모습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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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겨냥해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과제는 “한 줌 정치검찰이 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독재를 바로잡고 소수의 정치검찰로부터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운동을 하려는 정당, 그런 운동을 비난하는 것은 헌법 가치에 반한다”고도 했다.
여기서 살펴보자. 그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소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검찰 독재 권력의 박해를 받는 순교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기득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사과했지만, 범죄 사실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검찰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다. 모든 것은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에서도 증언 거부는 계속됐다. 그가 입을 연 것은 법정 밖에서였다.
최근 가까스로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와 함께 이례적으로 덧붙인 점은 반성 없는 그의 태도다.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은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그러자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 적용에 동의할 수 없다”며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 대선까지 3년반 남았는데 이 시간을 기다렸다가 현재 상황을 교체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든 정치적, 법적 수단을 동원해 현 정권을 조기에 종식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을 신당의 제1 목표로 내건 셈이다.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신당 창당, 총선 출마를 합리화한다 해도 극소수 지지자 외에 납득할 국민은 없다.
정치판에선 언젠가부터 비리와 불법행위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면 오히려 선거에 출마하는 행태가 공식이 돼버렸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옥중에서 창당을 선언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 역시 총선에 나설 태세다. 국회의원이 돼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를 방탄용 도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런 몰염치의 빌미를 제공한 사람이 바로 조국이다. 그는 “국민이 지역구 외에 비례대표 선거도 민주당과 연합하라 하시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특권과 반칙으로 점철된 조국 가족의 입시 비리는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깊은 상처를 안겼다. 많은 국민을 분노하고 좌절하게 했고, 사회에 극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조국 사태 이후 심화된 갈등과 분열, 대립의 정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8세기 이탈리아 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는 죄형법정주의 등 근대 형법 사상의 기초를 마련한 인물이다. 그는 논문 ‘범죄와 형벌’을 통해 형벌은 절대적 필요에서 비롯된 최소한의 것이어야 하며, 어떤 재판도 법에 따라 정해진 것 이상의 형벌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법고전 산책’에서 베카리아를 소개하면서 재판관이 법률이 규정한 한도를 넘어선 형벌을 부과할 경우 그 형벌은 부정한 것이라고 했다. 형법학자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언급한 것이지만, 어떠한 법적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쓴다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자가당착과 이율배반적인 그의 모습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혁상 편집국 부국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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