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혁신당, 국민에 제시할 가치와 비전부터 다시 고민하라

2024. 2. 2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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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를 표방한 개혁신당의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고성 끝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두 사람이 빠진 채 선거 지휘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위임하는 의결이 이뤄졌고, 이낙연 대표 측은 "전두환식 사당화"라며 격하게 비난했다.

개혁신당의 탄생 과정은 잡음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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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준석 공동대표. 이병주 기자


제3지대를 표방한 개혁신당의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고성 끝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두 사람이 빠진 채 선거 지휘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위임하는 의결이 이뤄졌고, 이낙연 대표 측은 “전두환식 사당화”라며 격하게 비난했다. 아직 합당선언문의 잉크도 안 말랐는데 “합당 파기”를 거론하는 말까지 나왔다. 거대 정당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이 작은 정당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개혁신당의 탄생 과정은 잡음의 연속이었다. 다섯 정파가 서로 덕담하던 초기의 밀월 기간을 제외하면 주도권과 노선 갈등이 그 정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합당을 하네 마네 하면서 시간을 보내더니, 쫓기듯 전격 합당한 뒤로는 류호정 배복주 등 정의당 출신 인사들을 놓고 정체성 논쟁이 이어졌다. 총선이 5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공천 기구도 꾸리지 못했고 변변한 공약 하나 내놓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어떤 가치와 비전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양당 정치의 폐단을 끝내겠다는 말을 되풀이하지만, 그것은 어설픈 세력화로 되는 일이 아니다. 양당이 내놓지 못했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고, 유권자의 귀에 박히는 새로운 언어로 설득해야 할 텐데, 거꾸로 양당의 낡은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 무당층이 여전히 24%나 되지만 개혁신당 지지율은 4%에 머문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가 이들에게서 귀 기울일 만한 말을 듣지 못했음을, 그래서 진지한 대안세력으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총선에서 의회 캐스팅보트를 쥐는 제3의 정당이 나온다면 우리 정치에 선물 같은 일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이 극한 대결을 넘어 새로운 길을 모색케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개혁신당이 그 역할을 감당하려면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유권자에게 무엇을 말할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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