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체감물가 안정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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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8%로 6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들에게는 공식 물가지표보다는 체감물가가 더 현실적이고 중요한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자주 사는 상품의 내용물이 줄어든 것을 발견할 때마다 체감물가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기업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은근슬쩍 가격을 올리는 스텔스플레이션(stealthflation)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체감물가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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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8%로 6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아마도 설날에 모인 가족들은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 장보기가 무섭다는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시장에 가면 사과나 배는 너무 비싸 선뜻 손이 가질 않고, 필요한 물품들만 최소한으로 담아도 몇 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과일 채소 등 장바구니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신선물가는 1년 전보다 14% 올랐다. 사과와 배는 각각 57%, 41%나 올랐다. 체감물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2011년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가 지역주민들에게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한 참석자가 언제 식료품을 직접 사보았느냐는 냉소 섞인 질문을 했다. 더들리 총재는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락하는 품목도 많다고 했다. 마침 그날 출시된 아이패드2가 아이패드1보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같다는 것은 실제로 물가가 하락한 것과 같다고도 했다. 그러자 청중 속에서 비아냥과 함께 “아이패드는 먹을 수 없잖아요”라는 고함과 웃음이 터져나왔다. 소비자들에게는 공식 물가지표보다는 체감물가가 더 현실적이고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체감물가는 통상적으로 내려가기보다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는 가격이 하락한 품목보다 상승한 품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격을 비교하는 시점도 과거에 같은 제품을 샀던 때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쌌던 때와 비교한다. 자녀 성장에 따른 교육비 증가, 여가활동 증가 등에 따른 지출액 증가를 물가 상승에 기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품질 향상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물가가 오른 것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냉장고 성능이 10년 전보다 월등히 좋아지면서 가격도 올랐지만 소비자들은 과거에 샀던 냉장고 가격을 비교하며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크기와 중량을 줄이거나 재료 함량을 바꾸어 실제로는 가격 상승 효과를 초래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에 자주 맞닥뜨리다 보면 물가상승률 통계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자주 사는 상품의 내용물이 줄어든 것을 발견할 때마다 체감물가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기업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은근슬쩍 가격을 올리는 스텔스플레이션(stealthflation)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체감물가를 높인다. 무료로 주는 치킨소스 수를 줄여 추가 소스에는 가격을 부과하고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더 높은 배달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기내 무료 수화물 허용 치수를 줄여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이유들로 체감물가와 공식 지표의 괴리가 계속 확대되면 정책 당국의 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정책 신뢰성도 약화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통화정책으로 장바구니물가를 낮추기는 어렵다. 유통구조 개선, 공급망 확충 등 체감물가를 낮출 수 있는 산업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외식 여행 등 서비스산업 전반의 질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똑같은 돈을 지출하더라도 편안한 숙소나 정갈한 음식, 질 높은 서비스를 받는 ‘가성비’ 좋은 지출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체감물가를 떨어뜨린다. 실제로는 비용이 더 드는데도 일본이나 동남아로 몰려가는 데에는 국내 여행의 가성비, 체감물가에 대한 불만도 한몫한다. 통화정책을 통해 전반적인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체감물가가 내려올 때 비로소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느낀다. 체감물가 안정이 전반적인 물가 안정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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