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림택권 (24) “누가 아신대(데)” 질문에… 학생들 “하나님이 아신대”

임보혁 2024. 2.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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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현 아신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몇 가지 방침을 세웠다.

먼저 이 학교의 설립 정신 즉, 국내 어느 특정 교단에서 세운 학교가 아닌 아시아 지역 복음화를 위한 교육기관이라는 정신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학교의 수장으로서 재정 문제뿐 아니라 교수진과 일반 직원, 학생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는 점 역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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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교육기관이란
ACTS 학교 설립 정신 이어 나가고
학생들에겐 사역자로서 자부심 품고
꿈과 긍지 되새기는 성경 교육 주력
림택권(뒷줄 왼쪽 세 번째) 목사가 2004년 6월 미국 시애틀 시애틀터코마 국제공항 인근의 한 호텔에서 아신대(ACTS) USA 이사진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ACTS 총장을 지낸 한철하(앞줄 왼쪽) 박사와 초대학장을 지낸 새뮤얼 H. 모펫(한국명 마삼락·앞줄 왼쪽 두 번째) 선교사 등이 함께했다.

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현 아신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몇 가지 방침을 세웠다. 먼저 이 학교의 설립 정신 즉, 국내 어느 특정 교단에서 세운 학교가 아닌 아시아 지역 복음화를 위한 교육기관이라는 정신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학교는 세계교회협의회의 신학적 배경이 성경 무오성에서 멀어지는 상황에서 나왔고 이에 대해 스위스 로잔에서 모인 복음주의자들이 종교개혁 정신인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일어나면서 그 물결의 하나로 1968년 싱가포르에서 전도대회가 개최된 일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다. 이 전도대회의 열매 중 하나는 ‘아시아 교회 지도자는 아시아에서 키우자’는 결정이었고 이는 곧 ACTS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초대 학장은 새뮤얼 H. 모펫(한국명 마삼락) 선교사, 학감으로는 실제 학교를 운영, 발전시킨 한철하 박사님이 맡으셨다. 넬슨 선교사의 노력 또한 잊을 수 없다.

다음으로 나는 학생들에게 사역자로서 자부심을 품게 하는 성경 교육에 주력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누가 아신대(데)”라고 물었고 “하나님이 아신대”라고 답하는 학생들과 함께 꿈과 긍지를 되새기곤 했다. 세계 선교 현장 곳곳에서 아신대 출신을 만나면 그렇게 기쁘고 반가울 수가 없었다.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의사 남편을 둔 아신대 출신 여성 선교사를 만나 반가움에 눈물로 기도했던 일, 현지 신학교 강의차 떠난 미얀마행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미얀마인 여학생도 기억난다. 이 여학생의 부친은 아신대 출신이었고 부친은 늘 이를 자랑스러워했는데 자신도 아신대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외 선교지 곳곳에서 아신대 출신 사역을 만나면서 아신대가 이 땅에 세워주신 하나님의 전시품이라는 긍지와 기쁨을 체험했다.

하지만 학교 운영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사립대학 총장의 임무 중 먼저 할 일은 ‘통장 관리’라는 말을 농담 삼아 한 적도 있는데 이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한번은 교직원 월급을 줄 돈이 없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적도 있었다.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백방으로 방법을 찾아다녔다. 사정을 전해 들으신 한 박사님은 날 찾아오셔서는 당신의 은행 통장을 보여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상도동에 조그마한 집 한 채가 있는데 은행에서 이 집을 담보로 잡고 급한 불이라도 끄세.”

이를 받아 급한 불부터 끄고 나중에 여건이 조금 나아지면 다시 갚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만큼 한 박사님의 충정은 오늘날 아신대의 토대가 됐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 재정을 후원해주신 이사장 김홍도 목사님과 금란교회 성도님들께도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외에도 많은 교회와 이사님들의 후원이 오늘날 아신대의 밑거름이 됐다.

학교의 수장으로서 재정 문제뿐 아니라 교수진과 일반 직원, 학생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는 점 역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2003년 봄 어느 날 아침 출근하는데 학교 선교대학원 건물 앞 계단에 “림 총장 퇴진하라!”는 붉은 글씨가 보였다. 학부 동창회를 통해 박사 학위를 미처 못 딴 내 학벌로는 총장 자격이 없다고 보는 쪽에서 나의 퇴진을 위한 운동을 계획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던 참이었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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