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음반업계가 주는 교훈
챗GPT, 달리와 같은 생성 AI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픈 AI가 이번에는 동영상을 생성하는 AI인 소라를 선보여서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단 몇 줄의 프롬프트로 1분짜리 고퀄리티 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소라는 동영상 제작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콘텐트 제작 업계는 값싼 AI 콘텐트에 밀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걸까?
음반 업계가 하나의 답을 보여 준다. 일 년 전, AI가 인기 가수 드레이크와 위켄드를 완벽하게 재현한 새로운 곡을 내놓으면서 음반 업계를 긴장시켰다. 두 가수가 소속된 세계 최대의 음반사 UMG는 곧바로 이 콘텐트의 유통을 금지했지만, 새로운 기술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탐구하기로 결정했다. 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AI가 만든 콘텐트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AI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트 제작을 더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해 창작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유명 음악 프로듀서인 돈 워스는 이 도구를 사용해서 AI가 자신의 스타일을 적용한 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충격과 함께 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기가 직접 작업할 경우 컨디션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지만, “생성 AI를 사용하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나 자신과 함께 일하는 것과 같다”라는 것이다.
생성 AI는 궁극적으로 도구이기 때문에 뛰어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이용할 때 비로소 최고의 결과를 내놓는다. 따라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시각이 아니라, 전문가가 자신의 실력을 초인적으로 키울 수 있는 무기가 생겼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생산적인 태도일 수 있다. 저작권에 민감한 음반 업계가 AI를 완전히 금지하거나 두 손을 들고 항복하는 대신, 창작자를 돕는 도구로 만드는 자세는 다른 창작 업계가 참고할 만하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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