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시신 의문의 멍자국…아내는 EU 외교장관과 회동
사망 후 행방이 묘연했던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7)의 시신이 시베리아 북부의 한 병원에 안치돼 있었으며 가슴 등에 멍 자국이 발견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나발니의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의혹만 더 키우는 양상이다. 러시아 사법 당국은 추모객들에게 단기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언론인 노바야 가제타 유럽은 구급대원인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살레하르트 마을 병원에 안치돼 있던 나발니의 시신에서 멍 자국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매체에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한 흔적”이라며 “교도소 직원들이 그를 살리려 했지만 아마 심장마비로 숨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련이 너무 강하면 다른 사람이 붙잡았을 때 멍이 생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망 후 사흘이 지났지만, 부검하지 않은 탓에 나발니의 가족은 시신조차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앞서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지난 16~18일) 참석 중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한 나발나야는 국제무대에서 남편 죽음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 18일 X(옛 트위터)에 “나발나야의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환영한다”며 “EU 외교장관들은 러시아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들을 지지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나발니를 기리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내·외에서 나발니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은 그의 사망이 대규모 반정부 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법원은 나발니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 체포된 154명에게 집회금지법 위반 혐의로 최대 14일의 단기 징역형을 선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포스트 나발니’의 유력 주자로 상트페테부르크시 시의원을 지낸 막심 레즈니크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나발니 사망 후 야권 통합의 구심점은 레즈니크가 제안한 ‘정오 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레즈니크가 “대선이 치러지는 다음 달 17일 정오에 투표소로 나와달라”고 유권자들에게 제안하면서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나발니도 생전에 “푸틴이 아닌 누구에게라도 투표하라”고 했고 “이 시위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오 시위를 지지했다.
이외에도 석유 재벌 출신의 러시아 반체제 인사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등이 나발니를 대체할 인물로 평가된다. 호도르코프스키는 러시아 국민에게 “내달 있을 대선 투표용지에 나발니의 이름을 쓰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석유회사 ‘유코스’를 운영하며 한때 러시아 최대 갑부에 올랐던 호도르코프스키는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다가 탈세 및 돈세탁 혐의로 10년간 복역했다. 이후 수년간 망명 생활을 한 그는 현재 영국에서 러시아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추적하는 탐사보도 매체 ‘도시에이 센터’를 운영하며 푸틴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죽음 철저히 조사해야”=한국 외교부는 19일 나발니의 사망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러시아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나발니의 사망을 애도한다”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유진·박현주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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