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방에 오래 걸어둔 것” 홍라희 멈추게 한 이 그림 [이건희·홍라희 마스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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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ㆍ홍라희 마스터피스 - 장욱진의 세계
설 연휴가 끝나는 지난 12일, 덕수궁 석조전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장욱진 회고전인 ‘가장 진지한 고백’의 마지막날, 전시를 놓칠 세라 모인 관람객들이다. 151일 동안 26만여명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2000명, 2년 전 같은 곳에서 열린 박수근 회고전(일 평균 1221명)보다도 훨씬 북적였다. 보고도 또 보고 싶어서 온 ‘N 차 관람객’도 많았다.
관람객이 전시장 초입에서 만나는 작품이 ‘공기놀이’다. ‘장욱진이 이런 그림도 그렸나’ 싶은 낯선 그림이다.
" 어린 시절 아들 방에 오래 걸어뒀던 그림이에요. "
그림은 2021년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의 유족들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당시 이건희 컬렉션의 첫 전시 ‘한국미술 명작’을 보러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이 그림 앞에서 친근감을 표시했다 한다. 평생 까치와 나무와 가족을 공책만 한 화폭에 담으며 “작은 것들을 친절하게 봐주라”던 장욱진(1917~90)이다. 언제 이런 낯선 그림을 그린 걸까. 중앙일보의 구독 서비스 '더 중앙 플러스'에 연재 중인 ‘이건희ㆍ홍라희 마스터피스’ 네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장욱진이다.
" 지금 5학년인데 졸업을 하고는 미술학교로 가겠다고 하니, 앞으로 기대할 바가 있을 줄 압니다. "
1938년 장욱진이 전조선 학생미술전람회 중등부에서 특선, 그중에서도 최고상에 꼽혔을 때 양정중 미술부 지도교사가 신문에 한 인터뷰다. 86년 뒤, 제자가 이렇게 사랑받는 화가가 될 줄 스승은 짐작이나 했을까. ‘공기놀이’는 이때의 수상작이다. 수상 덕분에 반대하던 집안 어른들은 그의 화가 꿈을 지원했고, 장욱진은 이듬해 일본 제국미술학교(지금의 무사시노 미대)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그림은 동료 화가 박상옥(1915~68)이 간직하다가 그의 사후 삼성가로 들어갔다. 장욱진의 장녀인 장경수 양주시립미술관 명예 관장은 "1970년경 박상옥 선생님의 아드님이 ‘사 주실 수 있겠냐’며 가져왔다. 아버지는 ‘하도 이 그림을 좋아해서 줬는데 끝까지 간직하고 있었네’ 하고 반기며 흐려진 인장 대신 새로 서명을 해주셨다"고 돌아봤다.
박상옥의 ‘유동’(1940)도 이건희 컬렉션으로 함께 기증됐다. 노는 아이들을 저만치서 관찰하듯 그린 이 작품은 ‘공기놀이’와 소재나 양식 면에서 함께 비교해 볼 만하다. 박상옥과 장욱진, 두 사람의 출발은 비슷했지만 장욱진이 도달한 지점은 달랐다. A4 용지 절반 정도의 작은 캔버스에 까치ㆍ나무ㆍ가족 등 가장 익숙한 소재를 고심한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이건희ㆍ홍라희 마스터피스’에서는 왜 장욱진인지, 또 이건희 컬렉션 속 장욱진의 작품들은 어떻게 소장됐고 기증됐는지 더 읽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 RM은 이번 회고전에 가지고 있던 장욱진 그림 6점을 내놓았는데, 작은 화폭 속에 큰 세계를 꿈꾸며 ‘나’로 살고자 한 화가 장욱진이 오늘날 사람들의 큰 공감을 얻는 까닭도 살펴 본다.
■ 이건희·홍라희 마스터피스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재용 방에 오래 걸려 있었다, ‘심플’ 장욱진의 낯선 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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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가 세상에 알린 ‘낙원’…이중섭 스승, 전설의 女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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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없는 중졸의 40대 화가…이건희는 ‘호암 650평’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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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에 “넥타이 풉시다” 컬렉터 이건희의 첫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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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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