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국정원 배후’… 음모론 믿는 것도 정신질환일까?
해외 조사 결과지만, 음모론은 외국만의 일이 아니다. 사건·사고가 생길 때마다 국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음모론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4강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패배한 원인이 이강인 선수와 손흥민 선수의 불화에 있다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을 국정원이 사주했다는 것이 최근의 예다. 주변에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논리적 설득이 통할까?
◇음모론 신봉, 정신질환은 아니나 ‘과대평가된 사고’에 빠진 것
흔히들 음모론을 믿는 사람을 ‘망상장애 환자’ 취급하곤 한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음모론을 믿는 것 자체가 정신질환은 아니다.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보는 것은 별자리 점을 믿는 사람을 정신질환자 취급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다만, 음모론을 믿는다면, 망상보다는 아래 단계지만 망상처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어려운 ‘과대평가된 사고(overvalued idea)’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음모론을 믿는 것이 망상장애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음모론의 내용을 본인과 연결짓는 게 그 계기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본인이 부정선거 사실을 알고 있어서 국가에 감시당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게 한 예다. 여기서부터는 과대평가된 사고를 넘어 피해망상이라 볼 수 있다.
◇논리적으로 반박한다고 음모론에 대한 믿음 깨지지 않아
과대평가된 사고든 망상이든 이미 빠졌다면, 본인이 믿는 것이 음모론임을 자각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주변인이 논리적으로 반박한대서 그 사고와 믿음이 깨지지도 않는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망상장애 환자를 만났을 때 환자의 말에 반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동의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같은 태도로 듣기만 한다.
사공정규 교수는 “논리적 반박을 듣고 음모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면 애초에 음모론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울이나 불안은 상담을 통해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망상은 그렇지 않다”며 “망상에 빠졌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뇌의 도파민이 과도하게 증가했다는 뜻이니 도파민 수치를 낮추는 약물을 사용해서 망상을 깨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믿기 시작하면 해결 어려워… 음모론 초기에 싹 잘라야
음모론은 아주 쉽고 명쾌하다. 과학적으로 원인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도 음모론은 ‘이것’이 원인이라고 콕 집어낸다.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양극화된 불신사회일수록 음모론이 잘 생긴다. 문제적 현상의 원인으로 상대방을 지목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음모론이 안 생기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단 한 번 믿기 시작하면 논리적 설득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이 음모론에 과몰입하는 사람을 설득해 병원으로 데려가기조차 어렵다. 음모론을 믿는 당사자는 본인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공정규 교수는 “가짜 뉴스가 생기면 그것이 퍼져서 일부 사람들에게 음모론으로 자리 잡기 전에 빨리 언론에서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며 “또 질환에 여러 가지 원인이 존재하듯, 사회적 현상이 발생하는 데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때로는 무엇이 원인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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