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도 번거롭다, '100엔'에 팔자" 日다이소 창업주 눈감다
100엔숍(1000원숍)의 대명사 다이소의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矢野博丈) 전 다이소 회장이 12일 심부전으로 숨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80세.
1943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전쟁이 끝난 뒤 아버지 고향인 히로시마에 돌아왔다. 야노는 결혼을 계기로 처가의 방어 양식업을 물려받았는데, 3년 만에 부도가 나 빚더미에 앉았다. 결국 형제들에게 500만엔의 빚을 남기고 도쿄로 야반도주했다.
1972년 그는 다이소의 전신인 ‘야노상점’을 열었는데, 부도난 회사들의 생활용품을 트럭에 싣고 다니며 판매하면서 오늘날 100엔숍의 시작을 알렸다. 너무 바빠서 가격표를 구별해 붙이는 게 번거로워지자 모든 상품을 ‘100엔’에 파는 전략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1970년대 석유 파동 때 다른 업체들이 영업을 중단할 때도 버텼던 그는 1977년 다이소 산업을 설립했다. 1991년 100엔숍 ‘다이소’ 직영 1호점을 다카마쓰시에 문을 열었다. 1990년대 후반 일본이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은 비싼 상품 대신 실속형 저가 상품을 찾게 됐고, 다이소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2001년에 대만에 진출하면서 해외까지 발을 넓혔다. 현재는 국내·외 5000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2017년까지 다이소를 직접 경영해 왔던 고인은 2018년 3월 당시 부사장이었던 차남에게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고인은 "새로운 일본을 만들자"면서 대중 강연을 왕성하게 해왔으며, 특히 오는 4월에는 히로시마대 특별 초빙교수로 신입생들에게 강의할 생각에 기대가 컸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야노 전 회장의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거행되며, 업계 관계자 등을 초청하는 추모 행사는 따로 열릴 예정이다.
한편 한국 다이소는 2001년 상호에 ‘다이소’를 붙이고 일본 다이소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는데, 지난해 12월 한국 아성다이소의 최대주주인 아성HMP가 일본 다이소 산업이 보유했던 지분 34%를 전량 사들였다. 이를 통해 한국 다이소는 100% 한국 기업이 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침묵이 얼마나 편한데"…'포스트잇 부부'가 택한 인생 | 중앙일보
- ‘사랑했던 여인이 사라졌다’…임윤찬 악보 글귀의 비밀 [인터뷰] | 중앙일보
- “이재용 방에 오래 걸어둔 것” 홍라희 멈추게 한 이 그림 [이건희·홍라희 마스터피스] | 중앙
- 이강인 불똥 튄 파비앙 "너네 나라로 가라길래 한국 돌아왔다" | 중앙일보
- “거봐, 미국 침체 안오잖아”…이건 ‘월가황소’ 착각이다 | 중앙일보
- "구더기가 머리 위로 와르르"…델타항공 승객들 봉변, 무슨 일 | 중앙일보
- [단독] 홍영표 뺀 "정체불명 여론조사"...이재명 시장 때 용역업체 작품 | 중앙일보
- 33→24%, 무당층 줄기 시작했다...2030이 최대변수 [총선 D-50] | 중앙일보
- 시어머니보다 한살 더 많다…트럼프가문 실세로 뜬 며느리들 | 중앙일보
- '우리에게 공격 시도조차 말라'…김정은 사실은 간곡한 요청? [Focus 인사이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