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초기업 노조' 출범…4개사 노조 1만5800여명 뭉쳤다

윤성민 2024. 2. 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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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식에서 홍광흠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 내 첫 통합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삼성 초기업 노조는 19일 서울 강남에 있는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출범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초기업 노조에 참가했다. 초기업 노조는 개별기업노조와 달리 기업 단위를 넘어 여러 기업이 함께 조직한 노조를 뜻한다.

삼성 초기업 노조의 조합원은 총 1만58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DX 6100여명, 삼성화재 3400여명, 삼성디스플레이 4100여명, 삼성바이오로직스 2200여명 등이다. 오는 5월 삼성전기 노조까지 참여하면 조합원은 1만7900여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삼성 관계사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조(1만7000여명)보다 규모가 크다. 이전에도 삼성 계열사 노조들이 연대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기업 간 벽을 넘어선 통합 노조 설립은 처음이다.

삼성 초기업 노조 출범 배경엔 계열사별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임금교섭에 대한 불만이 깔렸다. 노조 측은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각 계열사 임금교섭에 관여하고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 실적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임금 기본인상률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금 교섭을 하다 보니 각 계열사의 실적에 따른 이익을 배분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삼성 초기업 노조 측은 "이런 그룹 차원의 획일적인 통제를 견제하기 위해 통합 노조를 만든 것"이라고 출범 목적을 밝혔다.

홍광흠 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삼성 초기업 노조 출범문에는 “각 계열사의 업황·인력구조·사업 이익과 별개로 획일적으로 통제받고 있는 지금의 불합리한 노사관계에서 탈피해 개별 계열사의 노사관계 자주성을 확립하고 동등한 관계 하에 유연한 노사 교섭을 통해 각 사의 실정에 맞는 임금·복지·근로조건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지만, 삼성화재는 역대 최대 이익을 냈다. 때문에 삼성전자 실적과 별개로 삼성화재 직원들에게 성과 배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광흠 초기업 노조 총위원장은 “공식적으로 공동 요구안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룹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차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 요구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초기업 노조의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통합 노조에 대한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통합 노조의 연대 교섭 요구에 사측이 응할 법적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계열사별 임금교섭 등에 참여할 교섭권이 삼성 초기업 노조에 없다는 의미다. 초기업 노조에 참여한 개별 노조들의 협상력도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DX 노조는 삼성전자의 대표 노조가 아니라 현재도 사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

당장 교섭권이 없더라도 소속 기업과 상관없이 뭉친 거대 노조의 출범은 삼성 그룹엔 부담이 될 수 있다. 파업 같은 집단행동에 대한 부담이 삼성 경영진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삼성은 창립 이후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다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며 노조가 출범했다. 2021년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 노사가 단체 협약을 체결하면서 노조 활동이 본격화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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