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고금리 장기화에 대응하려면

이창환 2024. 2. 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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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국은행이 금리를 언제 인하할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다. 금리가 인하되거나 양적완화가 확대될 경우 경기가 회복될 수 있고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 월가에서는 그 시기를 올해 3월로 예상했다가 5월로 연기했으나 최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1%로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다시 6월로 늦추고 있다.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물가상승률, 경기경착륙 그리고 금융부실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비록 물가가 2%대로 안정되지 않더라도 경기경착륙 가능성이나 금융부실이 확대될 경우 금리를 인하해 금융위기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만 고려하면 금리인하는 6월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원유가격은 공급과잉으로 낮아질 것이 예상되나 주거비용 상승과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임금인상으로 서비스 물가가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0년대 2차 석유파동 당시 미국 연준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을 보고 금리를 내렸다가 물가하락폭이 줄어들면서 인플레이션 재발로 금리를 다시 큰 폭으로 높였던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연준과 한국은행은 금리인하에 소극적일 수 있으며 설사 인하하더라도 인하폭이 작을 수 있다.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금리인하가 지연될 경우 소비와 투자감소로 인한 경기경착륙, 높은 이자부담과 부동산버블 붕괴로 금융부실 확대가 우려된다. 정책당국은 금리인하 지연으로 인한 고금리 장기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금리는 인하하지는 못하더라도 양적완화로 유동성 공급을 늘려야 한다, 미국과 2%포인트 금리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자본유출 우려 때문에 한국이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지금과 같이 환율이 높아지는 경우 금리를 먼저 인하하는 것은 위험하다. 고금리 지속으로 가계부채 부실과 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파산을 고려하면 통화당국은 비록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시중유동성을 늘일 필요가 있다. 미국 연준 역시 재무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비록 금리는 큰 폭으로 높였지만 총통화(M2)를 비롯한 시중 유동성은 크게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해 경기경착륙을 막고 있는 데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세금인하로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수출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지금 금융부실을 막기 위해서 내수경기 회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경기나 민간소비가 늘어나야 하는데 건설경기는 최근 건축자재비용과 임금인상으로 재건축 분담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비록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도 재건축이 쉽지 않게 되었다.

민간소비 역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구조적으로 늘어나기가 어렵다. 고금리로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재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가격에 근거하는 건강보험료와 생활물가 또한 높아져 있어 소비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크게 줄고 있다. 소비감소는 기업투자 감소와 자영업자들 파산을 불러와 경기를 위축시키고 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한다. 금리를 독자적으로 낮추기 어려운 지금 정책당국은 세금을 낮춰 가처분소득을 높여 소비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미국 재무부 장관 옐런 또한 ‘예일 거시경제학 패러다임’에 따라 고금리하에서 확대재정정책으로 미국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한국경제는 경기침체 심화와 금융부실 증가가 우려된다. 정책당국은 고금리하에서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세금인하로 처분소득을 늘리는 정책선택으로 내수경기를 회복시켜 한국경제가 금융위기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고금리 장기화에 대응할 수 있는 올바른 정책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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