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듯 안끝나는 고금리…기업 이자 고통 더 커진다

김남준 2024. 2. 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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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이)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기업의 이자 부담 고통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업 등 일부 업종이 고금리 부담의 약한 고리로 꼽힌다.


GDP 대비 기업 부채 사상 최대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신용(비금융기업의 부채 중 대출금·채권·정부융자 잔액 합계) 비중은 12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기업 부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더 빠른 속도로 확대하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일시적 불황을 겪은 기업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대출을 빠르게 늘렸는데, 이후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빌딩숲. 뉴스1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2010년 1분기~2019년 4분기) 기업 신용 평균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4.8%였지만, 코로나19 이후(2020년 1분기~지난해 2분기)에는 9.9%로 증가율이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은행의 기업대출(1241조원)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875조8000억원)과 비교해 41.7%(365조2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은행 기업대출은 95.4%(288조9000억원) 급증했다.

이자 대비 적자 10배인 부실기업 급증


김영희 디자이너

문제는 예상보다 고금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렇게 늘어난 기업 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이 -10 미만인 부실기업의 부채가 총 기업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8%에서 2022년 11.76%로 급증했다. 이는 금융연구원이 외부감사법인 중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3만4785개 기업(2022년 기준)의 회계를 분석해 산출한 결과다. 이자보상비율이 -10 미만이면, 이자 부담보다 적자 폭이 10배 이상 크다는 의미다.

한계 중소기업도 50% 가까이 늘어


김영희 디자이너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이러한 부채 부담을 더 크게 느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금리 상승이 빠른 비은행권 부채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당시 늘어난 비은행권 기업대출의 94%가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했다.

한계 중소기업의 수도 급증했다. 경기 부진에 고금리 상황이 겹치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IBK기업은행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과 거래 중인 한계 중소기업은 1만5694개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1만513개)과 비교해 49.2% 늘었다. 한계 중소기업은 3년 연속 버는 돈보다 이자 부담이 큰 기업(이자보상비율 1 미만)으로 분류했다.


부동산업 이자 부담 급증…“76.4% 이자 못 내”


차준홍 기자

이자 부담은 다른 업종과 비교해 특히 부동산 관련 기업에서 많이 늘었다.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업종 전체 부채 중 이자보상비율이 -10 미만인 기업의 부채 비율을 의미하는 부실률은 전기가스업(35.83%)·부동산업(13.95%)·건설업(9.94%) 순이었다. 전기가스업에 한국전력 부채가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부동산업 관련 부실률이 다른 업종에 비해 특히 도드라졌다.
차준홍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사업 진행에 있어 다른 업종보다 많은 대출을 필요로 하는 부동산 기업 특성상 경기 부진과 고금리가 직격탄이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500대 건설기업을 조사해 본 결과, 응답자(102개사)의 76.4%가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기업 대출도 줄어들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가계 대출보다 규제가 많지 않다 보니 증가율이 가팔라지는 상황”이라면서 “금융사들이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대출보다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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