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육대 중증 청각장애인 개발자 ‘영광의 학사모’

2024. 2. 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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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열린 삼육대 학위수여식에서 함승우(오른쪽) 학생이 김일목 총장에게 공로상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몰아붙여서 노력하는 것. 저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꼭 말하고 싶어요.”

중증 청각장애인인 삼육대 컴퓨터공학부 소프트웨어전공 함승우(23) 씨가 5년간의 대학 생활을 마치고 영광의 학사모를 쓰게 됐다. 재학 중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그는 자신과 같이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삼육대는 16일 오전 교내 선교70주년기념관(대강당)에서 열린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중증 청각장애인 함승우 씨가 졸업장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인이었던 함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 TV에서 해킹 관련 뉴스가 나왔는데,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빠르게 치는 해커의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이후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삼육대 컴퓨터공학부 진학 후에는 전공 수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기능을 계발했다. 청각장애인이었지만, 교내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도움 덕분에 수업을 따라가기가 아주 어렵진 않았다. 교수님의 강의 내용을 옮겨 적어주는 속기사나 대필 도우미를 배정받았다. 소리를 문자로 변환해 주는 학습 보조기기도 이용할 수 있었다. 수강신청 기간에는 장애 학생이 먼저 신청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도 있었다.

전공 수업뿐만 아니라, 교내 코딩 동아리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실력을 쌓았다. 교내외 경진대회에 나가 우승을 휩쓸면서 점점 실력자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하며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후 지난해 3월 프랑스 메스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컴퓨터프로그래밍 직종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함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 선수단은 통산 8번째 종합우승 대기록을 세웠다.

함 씨는 이 같은 공로로 지난달 정부로부터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16일 열린 삼육대 학위수여식에서는 총장 명의의 공로상도 받았다. 학교의 위상을 높인 공로다.

함 씨는 지난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돌아보며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고,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넓은 시야와 유연한 사고, 자신감을 갖는 법,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다.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여러 규칙에 대한 이해와 배움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더 큰 세상에 나가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사회의 다양한 톱니바퀴 속에서 자리를 잡고, 나를 낮추며 다른 이들과 협력하고, 특히 장애인으로서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함 씨는 최근 SK C&C의 청년장애인 채용연계형 IT 교육 프로그램 ‘씨앗(SIAT)’에 선발돼 과정을 이수 중이다. 함 씨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삼육대에는 현재 71명의 장애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함 씨를 비롯해, 26명의 장애인이 졸업장을 받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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