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되면 IRA 혜택 못받는다? K-배터리 ‘긴장감 고조’
작년 IRA 보조금 수혜로 수익성 제고…내년 AMPC 증가 전망
“트럼프 당선돼도 전기차 보급 확산 기조 지속될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에 대규모 투자한 K-배터리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신재생에너지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트럼프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를 당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IRA 수혜를 노리고 미국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던 K-배터리에도 불똥이 튀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 대한 배터리 수출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수출 비중은 2021년 35%에서 2022년 39%, 지난해 3분기 47%까지 늘어났으며 올해도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에 힘입어 견조한 수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성장세 배경에는 IRA 보조금 혜택이 있다. 미국 정부는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첨단 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북미에서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공하고 있다.
그간 IRA 혜택을 받기 위해 적극 대미 투자를 해 온 K-배터리는 지난해부터 결실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IRA의 보조금 혜택은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 성장세 둔화 속에도 실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며 올해에는 그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2조원대이며 이 중 약 6700억원이 AMPC였다. SK온은 6170억원의 AMPC를 받으면서 지난해 영업손실(5800억원대)을 전년 대비 45.8% 줄였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AMPC는 각각 2조원,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K배터리의 실적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해가 된다고 주장하며 바이든의 규제를 철폐·완화할 것을 공약했다. 특히 IRA를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며 반감을 갖고 있다. 그는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IRA 백지화까지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는 약 4000억 달러 규모의 IRA 세금 감면을 폐지하고 그 돈으로 일자리 확대 자금 조달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미국 내 수요도 지속 확대되고 있어 IRA 법안의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기업 간담회에서 “공화당 집권 시에는 관세 정책 위주로, 민주당 집권 시에는 보조금 정책 위주로 미국 우선주의를 추진할 것”이라며 “설령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전기차·배터리 등 IRA 관련 산업 성장 기조의 속도는 달라져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기차·배터리 산업 등 미국 내 한국 기업의 주요 투자 지역은 주로 공화당 의원들이 당선된 지역으로 해당 지역 의원들의 의견 반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오는 11월에 진행될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 양원 모두 공화당이 절반 이상 당선될 가능성은 낮아 대선 이후 IRA 법안 개정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엑손 등 민간 기업이나 지방 정부는 이미 탈탄소화에 투자했으며 향후 추가 투자 계획도 있다는 점도 낙관적인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대선 영향 등 일시적 변동성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글로벌 탄소중립의 필요성과 그 일환인 전기차 보급 확산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IRA 세액공제 혜택뿐만 아니라 미국의 자국 보호무역 정책 강화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트럼프의 무역 정책의 전반적 목표는 모든 국가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를 맞추는 것으로 모든 나라에 관세를 10% 증가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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