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브랜드 가치"라더니…'트럼프 간판' 건물 나홀로 하락

강태화 2024. 2. 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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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스스로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에 버금간다”고 했던 ‘트럼프’ 브랜드가 오히려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산을 부풀린 혐의로 6000억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뉴욕 법원에 출석한 모습. 뉴욕 법원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산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천문학적인 벌금을 낼 것을 판결했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부동산 중개업체 시티리얼티를 인용해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브랜드의 콘도미니엄 7채의 가치가 2013~2023년 10년 간 23%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 업체 애톰의 방식으로도 가격은 17% 떨어졌다. 반면 2018~2019년 트럼프 로고를 뗀 맨해튼의 다른 4채는 같은 기간 9% 상승했다. 인근 유사 주택 가격 상승분 8%를 상회한다.

부동산학 교수인 반 니우버버그는 NYT에 “이 분석은 가치 하락의 원인이 트럼프 브랜드에 있음을 보여준다”며 “건물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제거하면 트럼프 브랜드와 관련한 손실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브랜드 건물의 가격은 트럼프가 당선됐던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했다. 온델 힐튼 시티리얼티 수석 디렉터는 “건물의 노후화나 호화 콘도와의 경쟁은 물론, 정기적 시위 등으로 트럼프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이유도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트럼프 브랜드'의 콘도미니엄과 일반 콘도미니엄의 단위 면적당 가격. 뉴욕타임스


실제 트럼프 브랜드 건물에 거주하는 영화 ‘더티댄스’의 제작자 린다 고틀립은 NYT에 “2016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트럼프의 여성과 이민자에 대한 거친 발언이 이어지면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건물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빼는 청원에 앞장섰고, 2018년 해당 건물에서 트럼프 브랜드가 제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남으로 트럼프 그룹을 이끌고 있는 에릭 트럼프는 NYT에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건물은 전 세계에서 단위 면적 당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NYT는 트럼프 브랜드 건물은 지난해 집계된 상위 100개 고가 콘도미니엄 거래 중 각각 47위와 77위에 그쳤다고 전했다.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 앞에 지지자들이 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깃발이 설치돼 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뉴욕 핵심가에 자리 잡은 '트럼프 브랜드' 건물의 가치가 하락한 배경 중 하나로 정기적 시위에 따른 트럼프 이미지 하락을 꼽기도 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뉴욕 법원이 ‘자산 부풀리기’에 대해 3억5500만 달러(4741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항소할 뜻을 밝혔지만, 이자와 보증금 등을 포함한 4억5000만 달러(6010억원) 가량의 공탁금을 내야한다. 성추행 피해자인 작가 E 진 캐럴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8330만 달러(1113억원)도 물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금 신고서 공개를 거부해왔다. 그의 정확한 재산을 추정하긴 어렵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현금이 4억 달러 이상이고 매달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더힐은 이에 대해 “해당 주장 역시 자산을 부풀렸다는 판결을 받은 이번 소송의 일부”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현금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 앞에 지지자들이 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깃발이 설치돼 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뉴욕 핵심가에 자리 잡은 '트럼프 브랜드' 건물의 가치가 하락한 배경 중 하나로 정기적 시위에 따른 트럼프 이미지 하락을 꼽기도 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송 내내 “내 최고 자산인 브랜드를 장부에 반영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실제 자산가치는 장부가보다 높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자산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조사 결과는 트럼프 측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천문학적 벌금이 부과된 이번 판결 바로 다음날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신발 박람회에 참석해 황금색 ‘트럼프 스니커즈’를 홍보하며 ‘트럼프 굿즈’ 판매에 열을 올렸다. 신발 가격은 399달러(54만원)로, 배송은 7월로 예정돼 있다. 트럼프 측은 고가의 신발 외에도 머그샷이 새겨진 티셔츠, 보드카, 향수, 와이셔츠, 넥타이, 가구 등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필라델피아 신발 박람회에서 황금색 '트럼프 신발'을 직접 홍보하고 있다. 해당 신발의 가격은 399달러로 고가이지만, 배송은 오는 7월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경선에서 경쟁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측은 “트럼프가 법적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고가의 운동화를 판매하는 동안 헤일리는 유권자들을 만나 강하고 자랑스러운 미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조롱 섞인 성명을 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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