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재발견]통상당국도 찾는다…공급망 핵심고리 부상

최대열 2024. 2. 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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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빛을 보기 힘들지만 지금처럼 불안정하고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곤 하는 편입니다. 경제안보가 강조되는 만큼 그간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 '수출첨병'이었던 종합상사가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사이에서 공급망 핵심고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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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커지자
통상당국도 "1인3역 해내야"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빛을 보기 힘들지만 지금처럼 불안정하고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곤 하는 편입니다. 경제안보가 강조되는 만큼 그간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 ‘수출첨병’이었던 종합상사가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사이에서 공급망 핵심고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무역분쟁이 수시로 불거진 데다, 전쟁이나 감염병 같은 예상치 못한 이슈로 공급망이 불안해지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상사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공급망 체계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일이 언제 어디서든 수시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상사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산항에 쌓인 컨테이너[사진출처: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대외교역업무를 총괄하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국내 최대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찾았다. 통상교섭본부장이 상사를 찾은 것은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하지만 당시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금지 등 뚜렷한 현안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과는 결이 달랐다. 공급망 위기가 2년 새 일부 품목이 아닌 상수가 됐다는 의미다.

정 본부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미·중 패권경쟁, 탄소중립, 지정학적 위기 등 산업과 에너지, 식량 등 공급망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과거 자유무역 시대에서 경제안보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합상사가 1인 3역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국내 기업의 수출을 이끄는 데 주력했다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뿐 아니라 공급망 관리까지 맡아달라고 당부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 포스코인터내셔널 본사를 방문해 수출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종합상사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종합상사 입장에서도 공급망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공급망 관리는 사실상 중개무역에 해당하는데,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수급 해결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불거졌던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종합상사의 역할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포스코인터와 LX인터내셔널은 호주와 멕시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 백방으로 뛰며 요소수를 확보했다.

두 회사는 과거 요소수를 다뤄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다양한 해외지사 네트워크, 축적된 무역업무에서 발휘된 기동성으로 위기 극복에 일조했다. 당시 요소수를 공급하기로 한 해외 업체 가운데 일부는 수출업무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종합상사 현지 직원이 직접 통관업무 등을 처리해주며 요소수 수급을 도왔다고 한다.

STX가 생산, 판매권을 확보한 아프리카 모잠비크 카울라 광산[사진제공:STX]

최근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수요가 늘어난 흑연·니켈 같은 원자재는 해외 광산 등에 직접 투자하는 등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하고 나섰다. 일부 상사 업체는 국내 수급은 물론 해외 현지 판매를 염두에 두고 식량 사업에도 소매를 걷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가스전이나 광구 등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하거나 규모를 키우는 한편 신규사업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주도하고 있다.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첨단분야이자 인류 생존과 직결돼 경제안보의 영역으로 꼽히는 분야다.

종합상사와 정부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이 "이제는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핵심광물, 에너지, 원자재, 식량 등 공급망 안정화 선봉장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정부와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에너지, 친환경소재, 식량 사업의 공급망 강화에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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