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테크나우]"안전·경제성 다 갖춘 韓 i-SMR…상용화에 가장 근접"

강희종 2024. 2. 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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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곤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장
전세계 90여중 개발중이지만
경제성 때문에 아직 상용화안돼
i-SMR 모듈제작해 경제성 해결
韓 수십년간 원전 운영 경험
올해부터 구체적 설계작업 시작해
2028년 개발 완료 목표
전기뿐 아니라 열·증기 공급해
산업현장 탄소중립 달성 핵심 역할
김한곤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장

"한국이 개발하고 있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만족하는 원전입니다. 경쟁자 중 가장 상용화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만난 김한곤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장은 우리나라 SMR의 기술력과 성공 가능성을 자신했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소형모듈원전은 9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 10년 이내 상용화할 수 있는 노형은 얼마 되지 않는다. 김 단장은 i-SMR이 그중 가장 상용화에 근접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SMR은 배관이 없고 정전 시에도 계속 작동할 수 있는 피동 계통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기존의 대형 원전에 비해 사고 확률이 10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사고의 위험이 없다는 얘기다.

SMR의 상용화의 핵심은 경제성을 갖추는 일이다. 미국 등 원전 선진국에서도 아직 SMR을 상업화하지 못한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i-SMR은 공장에서 미리 모듈을 제작해 24개월 이내에 건설을 마치는 방식으로 경제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SMR은 전기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열과 증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단장은 정부가 올해 수립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SMR을 포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31년 첫 SMR 준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본에 SMR을 포함해 기술 개발과 부지 선정 등의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 출신으로 지난해 1월 i-SMR 기술개발사업단장에 선임됐다. 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2개 부처가 추진하는 i-SMR 기술 개발 사업을 위해 지난해 출범했다.

김 단장은 서울대 원자력공학과에서 학사, 카이스트(KAIST)에서 원자력공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1997년부터 한수원 중앙연구원에 재직하며 APR1400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등 국내 원자로 개발·설계·인허가 관련 전문가로 손꼽힌다.

다음은 김 단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의 i-SMR은 해외에서 개발하고 있는 것들과 어떻게 다른가.

▲전 세계에서 개발되고 있는 노형은 현재 90여개나 된다. 이것들이 당장 상용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중 20~30년 후를 바라보고 개발하는 것들도 상당수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가 투자한 미국 테라파워는 소듐(나트륨)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 실증 여부를 논의하는 단계다. 상용화까지는 매우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10년 이내에 상용화할 수 있는 경수로형 원자로는 한국의 i-SMR을 비롯해 미국의 뉴스케일(Nuscale), BWRX-300(GE-히타치), 뉴워드(Nuward·프랑스 EDF) 등 몇 개 되지 않는다.

-i-SMR 강점은 무엇인가.

▲SMR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 번째는 안전해야 하고 두 번째는 경제적이어야 한다. 2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원전을 제시간에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곳들은 이런 경험이 없다. 안전하면서도 경제적으로 SMR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한국의 i-SMR이 이 조건에 가장 근접해 있다.

-미국의 뉴스케일과 비교하면 어떤가.

▲미국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곳이 뉴스케일이다. 개발 자체는 우리보다 먼저 했을지 모르지만 실제 상용화 경험이 없는 벤처기업이다. 한국은 대형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경험이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연구원 등이 직접 개발에 나서고 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한국이 SMR을 개발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보는 이유다.

-한국의 SMR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과 비교할 때 기술만 놓고 보면 대등한 수준이다. 원자력을 처음 시작한 미국이 원천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이) 1960년대 프랑스로 넘어왔고 1980년대 이후로는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 수십 년이 흘렀기 때문에 기술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한국은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경험이 있다 보니 시행착오를 덜 겪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SMR 상용화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SMR을 상업화하는 데 10년을 얘기한다. SMR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일단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 그 후 부지가 적합한지 평가하는데 2~3년이 걸린다. 그리고 건설하는 데만 4~5년이 걸린다. 자동차나 핸드폰처럼 개발이 됐다고 바로 물건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십 년간 원전 운영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술은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소형화, 모듈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추가해야 한다. 올해부터 구체적인 설계를 시작해 2028년이면 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개발한 SMR은 어떻게 평가하나.

▲러시아는 KLT40S라는 해양 부유식 SMR을 개발해 북극해 오지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은 ACP100이라는 소형원자로를 개발해 하이난 창장 지역에 건설하고 있다. 러시아나 중국의 소형원자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것으로 경제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들은 최초의 SMR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인정하기 어렵다. 상업용 SMR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SMR은 정말 안전한가.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사고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사고 확률은 3세대 원전 대비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SMR에는 배관이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배관 파손에 의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또 피동 계통(자연 순환 방식으로 전원이 차단되더라도 원자로 냉각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정전에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피동 계통은 지난 10여년간 지속해서 개발을 진행했고 이제 적용만 하면 된다. 저희 같은 전문가들이 봤을 때 기술적으로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날 가능성은 없다. 다만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다른 문제다. 앞으로 잘 홍보하면 주민들도 받아들일 것으로 믿는다.

-SMR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반대론자들은 "SMR의 경제성은 허구다"고 공격한다. 발전소를 하나 짓는데 100만킬로와트(㎾) 용량으로 건설하는 것이 10만㎾ 용량으로 건설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좋은 것은 맞다. 지금까지 SMR이 상용화되지 못한 것도 경제성의 문제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게 만들되 경제성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 SMR의 경제성을 위해서는 우선 공사 기간을 단축해 공사비와 이자 비용을 줄여야 한다. 우리는 공사 기간을 24개월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장에서 원자로를 만들어 현장으로 운반해 설치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부품을 줄이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성공하면 경제성을 달성할 수 있다. 도전적인 과제인 것은 맞다.

-정부나 규제 기관에서 도울 일은 없나.

▲현재 규제 요건은 상용 대형 원전에 맞춰져 있다. 안전성을 증진시키면서도 SMR의 혁신적인 기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원안위가 규제 방향을 정립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SMR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SMR은 전력 생산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SMR이 주목을 받는 것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를 모두 무탄소로 전환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소 환원 제철에 필요한 수소는 SMR을 활용한 원자력 수소로 생산할 수 있다. 화학 공장에 필요한 열과 증기도 SMR에서 공급할 수 있다. SMR은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SMR이 포함될지가 이슈인데.

▲계획대로 2028년에 설계를 마치고 2031년까지 최초 호기를 준공하기 위해서는 올해 수립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SMR을 포함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아직 개발이 안 끝난 SMR을 전기본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2년 뒤 다음 번 전기본에 들어가면 그만큼 시기가 늦어진다. 우리는 의견을 개진할 뿐 최종 결정은 정부의 몫이다.

-SMR을 도입하면 대형 원전은 필요 없어지는 것인가.

▲그런 건 절대 아니다. SMR과 대형 원전은 시장이 다르다. 대용량의 전기가 필요한 데는 대형 원전 1기를 건설하면 된다.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분산에너지법)의 적용을 받는 곳에서는 대형원전 대신 SMR이 들어서게 된다. 노후 석탄 화력을 대체하는 곳에서도 SMR이 필요하다.

◆소형모듈원전 대형 원전 대비 단위 용량이 적고 모듈형으로 설계된 원전을 통칭한다. 통상 300메가와트일렉트릭(MWe) 이하의 원자로를 의미한다.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이 쉽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증기발생기, 펌프, 가압기, 노심(핵분열을 통해 열을 생산하는 부분)을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해 배관 파손 등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을 줄인 게 특징이다. 외부 전력이 차단돼도 자연력을 이용해 원자로를 냉각할 수 있는 피동형 안전 개념을 적용한다.

안전성을 강화하고 대형 원전 대비 작은 부지에서도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지 인근에 입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력 생산뿐 아니라 수소생산, 공정열 활용, 지역난방, 해양 탐사 등 다목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노형에 따라 기존 상용 기술을 적용한 3세대와 고온가스로, 소듐(나트륨)고속로, 용융염원자로 등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4세대로 구분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에 21개, 러시아 17개, 중국 10개, 캐나다 5개, 영국 4개 노형 등 80여종 이상의 소형 원자로가 개발 및 건설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인 아이다호국립연구소는 2050년 신규 원전의 50%가 SMR로 건설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i-SMR 기술개발사업단은 2028년까지 설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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