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사라진 경영권 프리미엄…소액주주 손실 눈덩이”

장효원 2024. 2.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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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업계 인수합병(M&A)의 평균 경영권프리미엄 비율이 24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통합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가 경영권프리미엄을 전혀 챙기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한울회계법인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5년간 금융감독원 전자시스템에 공시된 100억원 이상의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양수도 사례를 전수 조사한 결과 경영권 프리미엄율 평균은 239.2%로 조사됐다.

가장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율을 기록한 M&A는 2022년 녹십자홀딩스가 미국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 생산업체인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한 사례로 당시 녹십자는 무려 1418.23%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했다.

2021년 6월 대원제약의 극동에이치팜 인수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비율은 362.4%였고, 같은해 12월 CJ제일제당도 미생물 정보분석 기업 천랩을 인수하면서 381.6%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했다.

최근 1년간 공시된 48개 상장기업의 주식양수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인수기업은 평균 59%의 경영권프리미엄 비용을 지급했다.

이런 사례에도 한미와 OCI의 기업결합과정에서 한미약품그룹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한 푼도 챙기지 못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유증신주발행가액은 3만7300원, 송영숙 회장의 지분 매도 가격은 3만7000원으로 지난달 11일 종가인 3만7300원과 큰 차이가 없다.

양사의 계획대로 통합절차가 완료된다면 OCI홀딩스는 경영권 프리미엄 지불 없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는 상황이다.

과거 OCI는 2022년 2월 부광약품을 인수할 당시에도 64.2%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하지만 매출 1조5000억원을 기록하는 한국의 대표 제약사를 인수하는데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로'인 셈이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하는 모녀와 그룹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이우현 OCI회장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벌어진 이례적인 거래"라며 "결국 손해보는 것은 국민연금 등 기관과 소액주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피인수합병으로 지주사 지위가 상실되는 한미사이언스는 단순 한미약품 주식 40%와 현 헬스케어 사업 등의 기업가치만 인정받게 돼 선의의 주주들이 입는 직접적인 손실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 간 통합 계약은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및 재단법인 가현문화재단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744만674주 매도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2400억원 (643만4316주) 규모 유상증자 참여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현물출자(677만6305주)에 따른 OCI홀딩스 유증(229만1532주) 참여 등이다.

이에 대해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진행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 소송을 진행했다.

형제 측은 "두그룹의 통합 결정이 모녀의 상속세 납부 등 개인의 사익편취를 위해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임종윤 사장 측은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매입 의사를 밝힌 매수자도 있었던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과 임주현 사장의 OCI 대주주 신분 보장을 바꿔치기한 셈"이라며 "기관과 4만여 주주의 권익도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같은 중요한 결정의 경우 이사회의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인수합병 제도개선 간담회'를 통해 "인수합병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지분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합을 결정한 이사회의 논의 내용을 공시하고 합병가격의 적정성을 외부기관에서 검토받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입법예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본시장에서는 시가보다 낮은 3자배정 유상증자를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판례를 살펴보면, ‘제3자에게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회사법상 공정한 발행가액과 실제 발행가액의 차액에 발행주식수를 곱해 산출된 액수만큼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행위 발생 이후에는 ‘신주의 발행가액 등을 공정한 가액보다 현저히 낮추어 발행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살펴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자배정 유상증자 이유와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의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자본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이 곧 발표되는 만큼 대주주가 아닌 선량한 대다수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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