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트 업계의 국산 에르메스입니다" 박종태 몬스타 대표

노우래 2024. 2.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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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산 프리미엄 샤프트, 110만원 고가
풀 티타늄 제작, 방향성과 비거리 탁월 인기
KLPGA 사용률 30%, 임희정 우승 멤버
전국 77개 대리점 공급, 미국 본격 공략

"비싼 가격에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죠."

박종태 몬스타앤싸이코골프 대표가 올해 KLPGA투어에 데뷔하는 딸 박예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태 몬스타앤싸이코골프 대표의 자신감이다. 몬스타 샤프트는 두미나의 오토플렉스와 함께 국내에서 생산하는 토종 샤프트 기업이다. 이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 정도로 성장했다. ‘샤프트 업계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마산 공장에서 제작하는 샤프트 한 자루가 110만원이다. 만만치 않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박 대표는 1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구매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방향성과 비거리를 동시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샤프트"라고 자신했다.

박 대표는 ‘골프인’이다. 구력이 33년이다. 한때 선수를 목표로 위해 골프를 쳤다. 1997년 호주 골드코스트로 골프 유학을 다녀왔다. 하지만 생각보다 성적이 나지 않았다. 프로의 꿈을 접고 티칭 자격증을 따서 레슨도 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당시 클럽 제작과 피팅에 흥미를 가졌다. 박 대표는 "호주에 있을 때 스윙분석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클럽과 샤프트를 만들고, 피팅을 하는 것이 재밌었다"고 떠올렸다.

박종태 몬스타 대표는 "올해는 토종 샤프트 브랜드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겠다"면서 "미국 시장 공략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샤프트 사업에 전념한 사연이 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하는 2005년생 딸 박예지 때문이다. 2000년 결혼 후 5년 만에 얻었다. 박 대표는 "딸이 아빠가 만든 샤프트를 끼우고 잘 쳤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에 골프를 시작한 딸이 내가 만든 샤프트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딸이 ‘아빠 제품은 후졌다. 할아버지도 안 치는데, 내가 왜 써야 하나’라는 말을 듣고 자극을 받았다. 오기가 생겼고, 가격에 상관없는 샤프트를 만들었다. 지금의 샤프트가 탄생한 배경"이라고 웃었다.

박 대표는 최고의 샤프트를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카본 원단은 일본에서, 티타늄은 미국에서 수입해 계속 테스트를 진행했다. 카본 시트 안쪽에 티타늄 와이어를 융합하면 성능이 월등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샤프트를 만들 때 카본 시트는 8겹을 사용한다. 시트를 감는 각도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종태 몬스타 대표는 클럽의 기획 단계부터 제작, 피팅, 유통, 판매까지 책임지는 ‘골프채 전문가’다.

2016년 몬스타 샤프트를 론칭했다. 샤프트 브랜드를 몬스타로 한 스토리도 있다. 몬스타는 ‘몬스터(Monster)’가 아니다. ‘먼데이 스타(Monday Star)’의 줄임말이다. 딸을 생각하는 마음에 담아 회사명을 지었다. 박 대표는 "투어 대회는 보통 일요일에 끝난다. 예지가 일요일 우승해 월요일엔 스타가 돼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몬스타 샤프트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LPGA투어 선수들과 남자 미드 아마추어를 타깃층으로 삼았다. 전략은 적중했다. 몬스타 샤프트를 끼운 뒤 성적이 좋아졌다. 2020년 KLPGA투어에서 10% 사용률로 시작해 지금은 약 30%에 이르고 있다. 임희정, 정윤지, 전예성, 최혜진 등이 몬스타 샤프트를 장착하고 정상에 올랐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용률은 50%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한 유현조, 임지유가 몬스타 샤프트를 쓰고 있다. 김양권, 강권오, 조백균, 신철호 등은 미드 아마추어 대회 우승 멤버다.

풀 티타늄으로 만든 몬스타 샤프트

박 대표는 골프채 전문가다. 골프를 기획 단계부터 제작, 유통, 판매까지 하고 있다. 몬스타 샤프트는 풀 티타늄으로 만들었다. 팁(샤프트의 헤드 쪽)부터 버트(샤프트의 그립 쪽)까지 샤프트 전체에 티타늄 와이어를 삽입했다. 일반적인 샤프트는 티타늄 와이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팁 쪽에 한 뼘 정도 넣을 뿐이다. 비용과 기술력 때문이다. 박 대표는 샤프트 성능에 대한 자신감도 넘친다. "카본 시트를 65t까지 쓰고 있다. 카본과 티타늄 와이어를 결합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몬스타를 장착하면 똑바로 3~6야드를 더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몬스타 샤프트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앞세워 연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몬스타 샤프트는 비틀림이 적고, 경량이라 반발력이 뛰어나다. 녹색, 하늘색, 파란색, 분홍색, 오렌지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상을 갖췄다. 성능에 멋을 더한 제품이다. 신세대 골퍼에게도 제격이다. 박 대표는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 성능이 뛰어나 잘 팔리고 있다"며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재구매율도 높다"고 했다.

박종태 몬스타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 최대 용품 행사인 PGA 머천다이즈 쇼에 참가했다.

국내에선 완벽하게 정착했다. 숫자 ‘77’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 77개 대리점에만 샤프트를 공급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는 골프샵 2000여개, 피팅샵은 400여개가 있다. 대리점을 더 늘리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정답이 아닌 것 같다"며 "77곳에만 공급해도 대리점주의 이득과 브랜드 가치를 지킬 수 있다. 대리점주와 상생할 수 있도록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입소문을 듣고 샤프트를 달라고 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현재 20여개 대리점이 몬스타 샤프트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

2021년부터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국에서 많은 오퍼가 들어오고 있다. 특히 일본, 중국,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에서 잘 팔리고 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수출도 4배나 증가했다. 작년 일본 골프 박람회에 처음으로 나갔다. 이젠 더 큰 무대에 도전할 생각이다.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2024 PGA 머천다이즈 쇼’에 참가했다. 여러 차례 비즈니스 미팅도 했다. 그는 "PGA 용품 쇼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충분히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힘줘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더 바쁘게 됐다. 몬스타 샤프트의 미국 진출에 이어 딸의 프로 생활도 챙겨야 한다. 국가대표를 거쳐 지난해 9월 KLPGA 점프(3부)투어 15차전에서 우승해 정회원이 된 박예지는 11월 시드 순위전을 34위로 통과해 2024시즌부터 정규투어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그는 "몬스타 샤프트를 낀 딸이 우승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면서 "대회장에 나가서 열심히 응원도 할 생각"이라고 아빠 미소를 지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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