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토마스 루프 'd.o.pe.'·3인전 '퍼스널 제스처' 外

김희윤 2024. 2.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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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루프 개인전 'd.o.pe.' = PKM 갤러리는 동시대 사진예술 거장, 토마스 루프 개인전 'd.o.pe.'로 2024년 전시의 문을 연다. 한국에서 20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전시 명과 동일한 작가의 최신 사진 시리즈가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다.

Thomas Ruff, d.o.pe.08, 2022. [사진제공 = PKM갤러리]

본 전시에서 소개되는 'd.o.pe.'2022-는 프랙털 구조에 기반한 루프의 사진 연작으로, 자기 유사적인 유닛들이 최대 290cm 길이의 거대한 태피스트리 화면 위에서 펼쳐진다. ‘d.o.pe.’라는 제목은 올더스 헉슬리의 '지각의 문, The Doors of Perception'(1954)에서 착안한 것이다. 헉슬리는 이 자전 에세이에서 인간이 화학적이거나 생체적인 반응으로 의식을 확장하고 자기 자신을 초월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루프는 이와 같은 헉슬리의 생각에 동조하며 자연에서도, 인공적으로도 발견되는 프랙털 구조를 사이키델릭한 형태로 작품에 투사했다. 진짜 현실과 만들어진 실제의 차이는 무의미해지고, 관람자는 그 안에서 시각적 초월을 경험하게 된다.

Thomas Ruff, d.o.pe.15, 2023. [사진제공 = PKM갤러리]

독일 출신의 작가는 1980년대 후반 뒤셀도르프 베허 사진학파의 주요 멤버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이래 대표작 'Portr?ts' 'Nudes' 'Substrate'를 포함, 현재까지 약 25개의 사진 시리즈를 발표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대의 중심에서 사진의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해 온 그의 40여 년 작품세계는 20~21세기 사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전적인 초상 사진에서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데이터를 수집·편집한 이미지, 인공위성에서 전송받은 형상, 알고리즘으로 자동 생성된 디지털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그의 감도 높은 사진 작업은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며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전시는 3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PKM갤러리.

김민수, 아빠와 언니 My dad and my sister, 2023, Acrylic on canvas, 112.1 x 145.5cm [사진제공 = 피비갤러리]

▲3인전 '퍼스널 제스처(Personal Gestures)' = 피비갤러리는 22일부터 기획전 '퍼스널 제스처(Personal Gestures)'를 진행한다. 전시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작가 3인, 김한나, 함미나, 김민수의 작업을 소개하는 3인전으로 기획됐다. 개인적인 일상과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작업관을 형성하는 동시대 작가 3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각자만의 방식과 시선으로 현실과 대응하며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지를 선보인다.

김한나는 사회의 표면에 드러나는 감정과 감정 사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나 명명되지 않은 외곽의 감정 조각들을 다양한 재료를 통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함미나는 어린 시절 작가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그 일들이 일어난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감정의 잔재들을 포착한다. 지나간 일상의 기억 속 형상을 붙잡아 관찰한 김민수의 작품은 즉흥적 감각으로 화면에 표현된다.

함미나, 함께 Together, 2023, Oil on Canvas, 116.8 x 91.0cm.[사진제공 = 피비갤러리]

세 작가는 각자의 삶 속에서 발견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 이미 사라진 존재 등 명명되지 않은 것들을 각자만의 비언어적 표현에서부터 발현된 결과물로 관객에게 제시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정의가 대중의 큰 호응을 얻은 이유는 현대사회 대부분의 분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것’이 대두되는 현시대의 흐름은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과 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한나, 문제의 조각 The Slice of Question, 2024, Oil, Acylic, Spray Paint, Urethan on Wood Panel, 151.5 x 100 x 18cm. [사진제공 = 피비갤러리]

‘퍼스널 제스처(Personal Gestures)’라는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 전시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세 작가가 각자만의 고유한 언어로 표현한 작품들을 한곳에 모아 개인의 제스처가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준다. 3월 6일에는 세 작가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작가들의 이야기를 면밀하게 들을 수 있다. 전시는 3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 피비갤러리.

김희천, 'Lifting Barbells', 2015, 단채널 비디오, HD, 흑백, 사운드(스테레오), 21분 [사진제공 = BB&M]

▲단체전 '언센티멘탈 에듀케이션(Unsentimental Education)' = BB&M 갤러리는 젊은 전속 작가 4인 김희천, 성시경, 우정수, 탁영준의 단체전 '언센티멘탈 에듀케이션(Unsentimental Educatio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가상과 현실, 사회문화적 차이와 경계, 구상과 추상 사이를 오가며 발전시킨 참여작가들의 주요 영상 작품과 신작 회화가 소개된다.

탁영준은 영상에서부터 조각, 평면,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의 믿음과 신념 체계를 구성하는 사회문화적 메커니즘을 관찰하며, 과학과 기술을 초월한 믿음이 사회와 집단적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과 그 구조에 대해 고찰한다. 최근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개인전 '더블 포저(Double Poser)'(2023)를 개최한 김희천은 기술이 구축해 낸 세계의 작동방식에 관심을 가지며 이를 통해 현대인이 경험하는 독특한 인지적 감각에 대한 동시대적 화두를 던진다.

우정수, Insomnia #15, 2023, 캔버스에 아크릴, 116.8 x 91 cm [사진제공 = BB&M]

우정수는 서로 다른 시대의 삽화와 신화, 서사극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단편들을 해체하고 재편집해 만든 자신만의 화풍으로 역사적 맥락을 벗어난 이미지의 이면을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다룬다. 자유로운 드로잉과 과감한 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추상회화를 선보이는 성시경은 신작 '오델로'의 제목과 같이 규칙성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일정한 패턴과 궤적 그리고 직관과 즉흥성에 온전히 맡겨진 자유로운 드로잉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조형 언어를 탐구한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당대, 새로운 세대의 감성적 특이성과 의식을 투명하게 드러낸 구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소설 '감정 교육(Sentimental Education)'(1869)에 빗댄 제목과 같이 전시는 오늘의 감수성과 미감을 이성적 사고와 논리를 통해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는 젊은 예술가들에 주목한다. 전시는 3월 9일까지,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BB&M 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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