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윤석열·기시다, 지지율 올리기 프로젝트?
[이충재 기자]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1월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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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달 한국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이 물밑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립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다음달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개막전에 맞춰 방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상은 일본 측에서 먼저 제안했고 한국도 내부적으로 득실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가에서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부합해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외교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 추진의 가장 큰 목적은 한일 두 정상의 지지율 올리기라고 분석합니다. 수개월째 10~20%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는 기시다 총리는 외교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미일 관계와 한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4월 10일 미국을 국빈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예정입니다. 그에 앞서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의사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3월 윤 대통령이 일본을 찾으며 재개된 셔틀외교가 1년이 되는 시점에 기시다 총리가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양국 정상, 정치적 효과 기대하나 역풍 가능성도
이런 판단에는 한국 총선이 4월로 예정된만큼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의도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일본 민영방송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한국에서는 4월 총선이 있어 일본 측은 한일 협력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를 시사합니다. 기시다 총리가 측근들에게 '한국총선 전 방문' 의사를 줄곧 내비쳐왔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로 자신의 지지율도 올리고, 총선을 앞둔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계산으로 해석됩니다.
때마침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타니 선수의 미국 프로야구 서울 개막전 참가를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게다가 한국의 김하성과 고우석 선수(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도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 한일 양국 국민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양국 정상은 야구 광팬으로도 알려져 함께 오타니 개막전을 관전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NHK는 보도했습니다. 일각에선 시구와 시타를 양국 정상이 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내심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실에선 일본 언론 보도에 "현재 추진되는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강하게 부정하는 모습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은 KBS 특별대담에서 기시다 총리에 대해 "아주 정직하고 성실한 정치인으로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지도자"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한일 정상은 지난해 7차례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케미가 맞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으로 볼때 기시다 총리 방한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으면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윤 대통령이 의욕을 보였던 2차 한미일 정상회의 서울개최가 당분간 어렵게 된 상황이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당초 한미일 3국은 지난해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1차 정상회의에서 앞으로 매년 회의를 개최키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올해 회의는 한국에서 갖자고 제안해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재선 악재가 쌓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 방한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정치권에선 한일 정상이 뚜렷한 현안도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의도를 띤 행보를 갖는게 바람직하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양국에서 모두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 서로의 지지율을 높여주려는 듯한 행동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일본 내에서도 기시다 총리 방한 추진에 "스포츠 인기에 편승하고 악용하는 짓"이라는 등의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추진이 구체화되면 한국에서도 '총선용 이벤트'라는 비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한국이 일본에 일방적으로 퍼준다는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익이 걸린 외교사안을 선거에 활용하려다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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