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 어차피 쉬운 길은 우리 길이 아니니까 ①
박세연 2024. 2. 19. 05:40
그룹 르세라핌이 19일 미니 3집 ‘이지’를 들고 컴백한다. 앨범 단위 컴백은 지난해 5월 발표한 ‘언포기븐’에 이어 무려 9개월 만이다.
데뷔 초부터 그들만의 독보적인 컬러로 승부하며 ‘4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꼽혀온 르세라핌은 미니 1집 ‘피어리스’를 시작으로 미니 2집 ‘안티프래자일’, 정규 1집 ‘언포기븐’으로 성장 서사를 이어왔다.
미니 3집 ‘이지’에서는 르세라핌이 그간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무대 뒤의 불안과 고민을 다룬다. 타이틀곡 ‘이지’는 쉽지 않은 길도 직접 갈고닦아 쉬운 길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노래한다.
◇위풍당당 르세라핌이 불안을 대하는 자세
어쩌면 반은 의도했더라도, 반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을 터다. 데뷔 전부터 (지금은 탈퇴한) 특정 멤버를 둘러싼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으나 두려움 없이(‘피어리스’) 꿋꿋하게 자신들의 레이스를 이어가면서 음악과 꼭 닮은 여정을 걸어간 르세라핌은, 다음 앨범에서는 어떤 고난에도 깨지지 않는(‘안티프래자일’) 자신들의 단단함을 노래했다.
또 부정적 시선에도 용서 따윈 바라지 않고(‘언포기븐’) 자신이 택한 길을 주체적으로 나아가겠다거나, 금기를 깨는(‘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강한 여성상을 그려내며 그들만의 정체성을 확립해왔다. 흡사 그룹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성장 서사로 주목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명과 타이틀곡 ‘이지’는 2022년 데뷔 후 어느덧 3년차가 된 르세라핌의 현재 고민을 담았다는 해석이 강하다. 데뷔 후 비교적 탄탄대로를 걸으며 4세대 대세 걸그룹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그들이, 화려한 조명이 닿지 않는 무대 뒤 불안과 고민을 솔직하게 음악에 담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틀곡 ‘이지’는 르세라핌이 처음 선보이는 트랩 장르의 곡으로 예고됐다. R&B 스타일의 캐치한 보컬과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어우러져 전작들과 결이 다른 음악을 기대하게 한다. 소속사는 “정상으로 향하는 여정마저 우리에게는 쉽다고 말할 것 같은 제목과 정반대의 가사”라고 귀띔했다.
◇ “흐트러짐 없고 맥락 뚜렷한 성장서사”
업계에서는 르세라핌이 데뷔 초부터 이어온 탄탄한 성장 서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들이 성장 서사를 매 앨범에 소재로 삼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곡에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콘셉트와 서사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르세라핌은 곡과 콘셉트 이미지, 뮤직비디오, 프로모션 등이 하나의 맥락으로 잘 흘러가고 따로 노는 콘텐츠가 없다. 이 부분이 이들의 색을 확립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데뷔 3년차 그룹답지 않게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고 생각하고 멤버 누구하나 할 것 없이 골고루 잘 주목받고 있는 것 같아서 과연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멤버가 후킹 포인트가 될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전작 차트 1위 이어 연타석 성공할까
데뷔곡 ‘피어리스’ 이후 타이틀곡 및 활동곡을 3연속 성공시킨 데 이어 지난해 10월 발표한 싱글 ‘퍼펙트 나이트’로 멜론 월간차트 1위까지 꿰차며 음원강자 지위를 굳힌 만큼, 이번 신곡 ‘이지’의 컴백 성적표 역시 관전포인트다. 겨우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던 차트 최상위권에 이달 초부터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데다 르세라핌에 이어 20일엔 강력한 경쟁자 아이유가 미니 8집 ‘더 위닝’ 컴백을 앞두고 있어 차트 대혼전이 예상된다.
한편 이들은 컴백을 맞아 금호 알베르에서 두 번째 팝업 스토어 ‘르세라핌 2024 S/S 팝업’을 열고 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팝업은 르세라핌이 앨범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와 아티스트의 정체성 아래 음악·공간·머치를 압축적으로 담아낸 브랜드 경험의 총체로, AR(증강현실) 기술을 가미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와 아티스트의 내면을 형상화한 앨범 테마 가든, 머치 쇼룸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체험할 수 있다. 팝업은 3월 3일까지 운영된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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