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입양기록관 설립 필요하다

2024. 2. 1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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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입양인 삶 궤적 담긴 자료
곳곳에 흩어지거나 소실돼

입양인, 자신의 역사 알 권리
한 곳에 안전하게 관리 필요

아픈 역사의 교훈 되새기는
공동체의 ‘의미 공간’ 될 수도

누구나 한 번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봤을 것이다. 자신의 출생에 대한 의문은 인간의 본능이다. 입양인도 마찬가지다. 이는 뿌리 찾기, 입양정보공개청구로 불리는데 입양인에게 잃어버린 삶의 조각을 찾는 일이다. 친생부모에게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역사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현행법상 ‘입양특례법’에 의해 입양인은 아동권리보장원 또는 입양기관에 자신의 입양과 관련된 기록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입양인들의 입양정보공개청구에 따라 아동권리보장원과 입양기관은 입양 배경, 출생지, 입양 당시 친생부모 정보 등을 법률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제공하고 있다.

입양기록은 한 사람의 초기 삶이 담긴 중요한 자료다. 어떤 입양인은 자기 삶의 흔적인 입양기록을 직접 만져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출생 경위와 출생 이후 삶의 궤적을 찾아볼 수 있는 입양인들의 기록물은 국가적 책임하에서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입양기관의 원본 기록물들은 각 기관에서 보존하고 있다. 그러나 입양은 아동이 입양기관으로 보내진 시점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경우가 많다. 어떤 아동은 길에서 발견되었다가 경찰서와 아동 양육시설(보육원 등)을 거치거나, 친생부모에 의해 아동 양육시설에 맡겨진 이후 입양기관으로 전원되기도 한다. 또한 일부 기관들은 폐원하여 해당 기관에서 만들어진 기록들이 다른 곳으로 이관되거나 그 과정에서 소실되기도 한다. 이처럼 한 입양인과 관련된 입양기록들이 하나 또는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어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입양인들은 아동권리보장원과 입양기관뿐만 아니라 자신이 보호되었던 시설과 지자체를 직접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7월 18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 등이 제·개정되면서 국내외 입양 체계가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입양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이 강화되고, 무엇보다 입양에 대한 모든 기록의 관리와 입양정보공개청구 업무가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되었다. 2025년 7월 19일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절대적 시간과 국민적 관심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흩어져 있는 입양기록들을 한곳에 보관하고 안전하게 보존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입양기록물의 전수조사와 원본 자료의 디지털화는 물론 자료 보존을 위한 물리적 공간인 ‘입양기록관’의 설립과 이를 준비·운영하기 위한 예산·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입양정보공개청구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과 기록물이 분리돼 있다면 입양인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작업이 선행돼야 입양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입양기록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지 않고 한 곳에서 한꺼번에 정보를 받게 된다. 아울러 공공기관에서 관리함에 따라 국내외 약 25만명 입양인들의 입양기록물에 대한 신뢰도 또한 제고될 수 있다.

특히 해외입양은 우리에게 구빈원조와 아동복지의 역사이지만 숨기고 싶은 과거다. 어떤 해외입양인들에게는 기회였고 누군가에겐 상처였다. 진실과 화해를 위해 이를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기록해야 역사의 교훈을 얻을 수 있고, 기억해야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입양기록물을 보관할 공간인 입양기록관 설립은 1950년대부터 시작돼 약 70여년간 지속해온 우리나라 입양제도의 명암을 정리할 기회가 될 것이다. 입양기록관은 어두운 역사를 조명해보고 입양이 아동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역사 속의 교훈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또한 입양기록관은 단순한 서류 보관의 차원을 넘어 입양인이 언제든 방문해 자신의 역사를 찾을 수 있으며 때로는 아픈 경험에 대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입양인은 입양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그들의 삶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입양기록관 설립은 그 권리를 공적 영역에서 더욱 촘촘하게 보장하는 첫걸음이다. 또한 입양기록은 입양인들의 개인 기록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기록문화 유산이다. 이 유산이 잘 보존되고 그 가치가 지켜지도록 입양기록관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역사는 이를 지켜보고 있고 지금도 기록되고 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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