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혁신당, 이런 식으론 중도 표심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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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치 없이 파워게임 몰두하면 공멸할 것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가 정치력 발휘해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이전투구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무당파 유권자를 수용하겠다고 출범한 개혁신당이 초반부터 휘청거린다.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개혁신당 합류를 놓고 이준석 공동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가 마찰을 빚으면서다. 이준석 대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강력히 비판해 왔다. 하지만 배 전 부대표는 전장연 시위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이에 이준석 대표 측은 배 전 부대표의 당직·공천 배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낙연 대표 측은 특정인 배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또 선거운동의 전권이 누구에게 있냐를 두고서도 이준석·이낙연 대표 사이에 시각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에도 이낙연 대표 측의 김종민 최고위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준석 대표가 통합정신을 깼다고 비판하자, 이준석 대표 측 김용남 정책위의장이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지난 9일 4개 정파(이준석 개혁신당, 이낙연 새로운미래, 금태섭 새로운선택, 이원욱·조응천 원칙과 상식)가 전격적으로 뭉쳐 탄생한 개혁신당이 탄생 열흘도 안 돼 난조를 빚는 것은 무엇보다 구성원끼리 기본적인 정체성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22대 총선은 제3지대에 대한 유권자의 갈망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는 모처럼의 정치 지형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두 오랜 시간에 걸쳐 강력한 비토층을 형성한 데다,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중도층에 어필할 만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는 양측의 이념적 간극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같은 당이면 최소한의 노선 테두리는 공유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이 합당을 서두르다 보니 배 전 부대표 문제 같은 마찰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개혁신당이 아직까진 국민의힘·민주당과 차별화되는 새 정치의 가능성을 선명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두 공동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양보하며 합당 정신을 구현해 갈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16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기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7%, 민주당은 31%인 반면 개혁신당은 4%에 불과했다. 무당층은 24%나 됐다. 제3지대 공략이라는 개혁신당의 전략이 아직 안 먹힌다는 얘기다. 국민이 기존 정당에서 가장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친윤-비윤, 친명-비명과 같은 계파 싸움이다. 개혁신당도 이준석계와 이낙연계로 나뉘어 당내 파워게임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비춰지면 둘 다 공멸할 게 뻔하다. 개혁신당은 초심으로 돌아가 차별화된 새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중도 표심을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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